대학 입학, 장학금 압박으로 운동하는 선수들

충북대 4학년에 재학중인 '이 슬'선수

전국하계대학테니스연맹전 및 회장기테니스대회가 1주일(7.21~28)간 열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학교 테니스선수들의 대회다. 전국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테니스를 전공하고 있는 현역 선수들이 출전하여 기량을 겨룬다. 테니스부를 두고 있는 전국의 대학팀이 거의 출전(남자대학부13, 여자대학부12)했고, 200여명의 선수들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려 기량을 겨뤘다.

727일 수요일, 기자가 찾은 양구테니스파크에서는 한국대학테니스연맹의 회장기 단식과 복식의 결승전이 치러지고 있었다. 일반 관중 한 명 없는 코트에서 선수들은 시합을 하고 있었고, 시합을 뛰지 않는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학교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충북대 선수단은 4명으로 학년별로 1명씩이다. 회장배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이슬, 충북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인 이슬은 여대4학년부에서 우승을 차지해 2관왕이 됐다. 지난해 3학년부에서 우승하고 4학년이 되어서도 우승했으니 회장배 2연패다. 단체전에서도 우승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맏언니인 이슬이 후배들을 데리고 대회에 출전하여 쾌거를 이뤘다. 충북대는 테니스 선수가 4명으로 학년별로 1명씩이다.

이슬 선수는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하교 4학년 시절부터 테니스를 시작했다. 대학교까지 했으니 12년을 오로지 테니스만 했다. 이제 1학기도 마쳤으니 한 학기만 보내면 사회인이 된다. 대학4학년인 그녀에게 현재 대학 선수들의 테니스와, 테니스를 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늦었기에 중·고등학교 까지는 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고등학교때 대학에 대한 압박이 심했다. 어떻게든 대학에 들어가야 했기에 고등학교때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최소 하루에 8시간은 운동을 했다. 밥 먹고 운동하고, 밥 먹고 운동하고 했다. (현재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대학 입학의 자격이 주어진다).

3, 만약 운동을 그만 두면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충북대 체육교육학과에 가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고 교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충북대를 선택했다.

 남들보다 공을 조금 빨리 치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내가 공을 빨리 치니 상대편 역시 준비를 빨리 해야 하고, 타이밍 잡기가 어렵고, 공이 어디로 올 지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정말 테니스를 잘하는 선수들은 실업팀으로 빠지기도 하는데 대부분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서도 잘 하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두 분류로 나눠져 있다. 잘 하는 대학, 열심히 하는 선수는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꽤 많다. 고등학교때는 대학에 진학을 위해서, 대학교때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한다는 선수도 많이 본다. 우승하면 100%, 준우승은 80%, 3위는 20%를 받는다(학교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자신의 꿈보다는 장학금을 타기 위해 운동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첫 번째가 실업팀에 가서 선수로 계속 활약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테니스 지도자인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인인데, 사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실업팀, 지도자, 임용고시 등 자신의 여건에서 최대한 생각을 해보지만, 대부분은 실업팀과 지도자다. 다른 진로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또 그만큼 다른 진로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들었지만 내가 중·고등학교때는 수업을 듣지 않고 운동만 했다. 수업을 들어가도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에 들어와 공부와 병행하려 보니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해서 많이 힘들었다. 고등학교때 운동뿐만이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했으면 대학에 들어와서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많이 됐다. ·고등시절에 운동과 함께 공부도 열심히 하길 적극 권한다.

대학 후배들에게는 등록금 등 당장의 현실적인 부분보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할 것인지도 잘 생각해 보는 등 테니스에 대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고등하교 다닐 때 솔직히 내가 그랬다. 선배들이 테니스가 전부가 아니다. 공부도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운동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언제 공부를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대부분 열심히 운동하지 않는다. 단 몇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운동해야 하는데 매일같이 운동을 하다 보니 집중하지 않고 대충 시간 때우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할 때 집중해서 하고, 시간 때우려는 시간에 공부를 하면 된다. 제가 이렇게 말해도 느끼지 못하면 안 할 거다. 나도 대학교에 들어와서 느꼈다. 본인이 느껴 봐야 한다.

이슬 선수와의 인터뷰는 30여분 지속됐다. 인터뷰 하는 중간에 비가 내려 경기를 하던 선수들은 실내 코트로 이동했다. 이슬 선수는 고등학교때는 대학 진학에 대한 압박감에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오면 목적 달성을 했으니 운동을 게을리 하다가 3,4학년때 진로에 대한 압박으로 다시 열심히 한다고 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운동을 하는 테니스 선수들 역시 많다고 했다. 

이름만 대면 대부분의 테니스인들이 알고 있는 정현(한체대)이나 홍성찬(명지대) 역시 대학에 적을 둔 선수다. 투어와 국제대회를 뛰고,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언론에 회자되는 그들과 달리 이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이슬 선수가 언급했던 부분들이 어쩌면 이슬 선수 개인적인 생각 일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나이, 비슷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현실과 고민이 많은 차이 나지 않듯, 그 나이 또래의 테니스 선수들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선수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오로지 테니스만 했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와서도 테니스를 포기하지 않고 테니스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의 선수들, 대학을 졸업하면 테니스 선수와 동호인을 육성하는 지도자가 되고, 테니스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테니스계를 밑바닥에서부터 지탱하고 이끌어 나갈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의 테니스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테니스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언론에 대서특필 되지 않는 이들 역시 테니스를 하고 있는 이상은 테니스협회의 적절한 보살핌과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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