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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핑 제조회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동호인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 우승경력은 없지만 테니스 실력이 수준 급이다. 어린 시절부터 테니스를 접했고, 스포츠는 폼생폼사라는 생각에 포핸드, 백핸드 폼도 멋졌다.
A씨 회사는 독일의 한 업체와 테이핑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연 매출이 30%는 더 오를 수 있는 큰 건이었다. 제조시설 참관을 위해 독일에서 두 사람이 회사를 방문했다. A씨는 대화 도중 독일인 B씨가 테니스 매니아이며, 라켓도 가지고 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갑 보다는 을의 관계에 있던 A씨(회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한 게임 하자는 제안을 했다. 코트에서 땀 흘리며 한 게임 할 수 있는 것은 유대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매우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A씨는 약속한 시간에 친구 2명을 코트에 불렀다. 복식을 위해서다. 독일인 B씨는 첫 게임은 단식을, 복식은 두 번째 게임에 하자고 제안했다. A씨와 B씨는 코인 토스를 하고 각 각 자신의 위치에 섰다. 친구가 심판대 위에 올라갔고 게임이 시작됐다.
다행히 독일인 B씨의 실력은 A씨에 비해 한 수 아래였다. “나보다 잘 치면 어쩌지?” 하며 불안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해소됐다. 멋진 폼과 멋진 샷에 B씨는 “베리 굿~”하면서 엄지를 척 치켜 세웠다. 그러나 B씨의 실력 역시 좋아 A씨와 B씨는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독일인 B씨는 코트 체인지가 무슨 의미냐고 물었고, "엔드 체인지"라고 정정해줬다. |
인 아웃 판단, 스코어만 불렀던 심판대에 올라간 친구가 세 번째 게임이 끝나자…
친구 C씨 - 코트 체인지(첫 게임이 끝나고는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있었다).
독일인 B씨 - (A씨를 보며) 왜요? 코트 바꿔야 해요?
A씨: (웃으며) 아니요, 엔드 체인지 하라는 말이에요. 엔드 체인지를 코트 체인지라고 잘 못 말한 거예요
독일인 B씨: (C씨를 보고 웃으며) 코트 체인지? 노 노~. 엔드 체인지~
C씨: (계면쩍게 웃으며) 쏘리~
사실, '엔드 체인지'를 '코트 체인지'라 부르는 것은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A씨의 친구 C씨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동호인들이 부르는 용어 오류다.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고, 또 그 의미를 알기에 게임 하는데 별 지장은 없지만, 테니스는 엄밀한 규정이 있다.
조코비치가 엔드 체인지를 하고 있다. 엔드 체인지는 1,3,5,7,9등 게임의 합이 홀수 일때, 세트 후, 타이 브레이크시 한다 |
엔드 체인지(End change)란?
치른 게임 수의 합이 1,3,5,7,9…등 매 게임의 합이 홀수가 될 때 양쪽 선수 또는 팀이 서로 자리를 교환하는 것.
엔드 체인지는 언제?
각 세트의 첫 게임, 셋째 게임, 그리고 그 이후 치른 게임 수의 합이 매 홀수로 끝나는 게임 직후.
각 세트 후.
세트가 짝수로 끝날 경우엔 그 다음 세트의 첫 게임 직후(게임이 6:4로 끝났으면 다음 세트 시작을 그 전 세트 마지막 게임에 섰던 자리에서 시작).
타이브레이크에서 포인트 합이 6포인트 마다(합이 6, 12, 18, 24....).
엔드 체인지시는 90초의 시간이 주어지며, 그 시간에 선수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
라인을 살짝 이라도 밟으면 ‘풋 폴트’고, 라인에 아주 조금만 걸쳐도 아웃이 아니라 ‘인’이다. 코트 체인지는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코트에서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하지 못하고 다른 코트로 장소를 이동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상대편이 서 있는 위치를 교환하는 것은 코트 체인지가 아니라 ‘엔드 체인지’라고 해야 한다. 더 엄밀히 말하면 ‘코트 엔드 체인지'다.
테니스를 즐김에 있어 잘 못된 용어 보다는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지 않을까? 앞으로는 <코트 체인지>가 아닌 <엔드 체인지>라고 하자.
엔드 체인지시에는 볼을 배우는 하수, 또는 연하자가 먼저 나가 기다리는 것이 동호인들에게 적용되는 코트의 매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