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돌려야 입상한다' - 8강돌이 정소영.

3월 16일 오후, 제7회 CH배가 열리는 성남시립테니스코트를 찾았다. 성남시립코트에서는 개나리부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약간 쌀쌀한 기운, 그래도 이제 겨울은 아니구나…하는 느낌의 날씨다.

CH배 4강에 오른 정소영, 박창숙 페어.

코트에서는 16강전이 진행중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시합을 관전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이곳에 계신 분들 중 재미있는 분 있나요?” 라고 물었다.
“왜요?”
“인터뷰 할 만한 분 소개 좀 시켜 주세요”
“저~어기 앉아 있는 정소영이요. 하얀 모자 쓴 사람”
“그 분이 뭔가 귀감이 되는 분인가요?”
“네…이쁘고, 착하고, 볼도 잘 쳐요, 무엇보다 언니들에게 잘하고 시합 매너가 좋아요”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였다.


"이쁘죠, 착하죠, 매너 좋죠, 볼도 잘 쳐요" 어쩌면 완벽한(?) 그녀를 추천한 언니들


정소영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정소영씨죠?”
“어? 방기자님”
“이름이 정소영 이었어요?”
익히 아는 얼굴,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지난 2월, 경기도 광주시 총회. 행사 취재가 다 끝나고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커피가 없었다. 소영씨를 비롯 광주시 협회 임원들이 앉아 있었다. “저 커피가 마시고 싶은데 커피가 없네요? 커피 한 잔 타주면 사진 이쁘게 담아드릴께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영씨가 “제가 타드릴께요. 대신 이쁘게 찍어줘야 돼요?. 얼굴도 홀~쭉하게 만들어 주고...”라며 커피를 찾아 종이 컵에 타왔다.


집에 와서 사진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뿔싸…얼굴이 약간 통통하게 나왔다.

"이거 어쩌지...커피 값인데..."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었던 사진. 괜찮은데... '본인이 맘에 들어야 잘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얼마 전 부천.
“방기자니~~~~임…얼굴을 그렇게 빵빵하게 찍어 놓으면 어떡해요?. 홀쭉하게 뽀샵이랴도 좀 해주시지”
“쩝…그러게요…”
정소영씨의 목소리는 높았고, 내 목소리는 작았다. 봉다리 커피 한 잔의 봉변이었다.


“어…이상하네? 날 엄청 갈구던데 왜 착하다고 하지?”
“제가 워낙 이쁘잖아요~” 귀여운 제스춰였다.

16강전, 상대는 김순경, 백경와 선수였다.

정소영씨는 경기를 해야 한다며 코트로 들어 섰다. 난16강전 동영상을 찍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고,경기는 시작됐다. 결과는 승, 그리고 8강전을 거쳐 4강에 올랐다.


일정이 끝났고, 다른 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코트에서 대화는 시작됐다.
- 소영씨를 추천하신 분들이 언니들에게 잘 한다고 하던데 도대체 무엇을 잘하나?
 테니스 치면서 보니 내 나이가 많이 어리더라. 올해 41살 됐다. 아직 어리다고 언니들이 예쁘게 봐 주셔서 그런 것 같다.


- 라인 시비도 안하고 큰 소리도 안내는 등 경기 매너가 좋다고 하더라.
나는 라인시비 잘 안 한다. 경기 하다 보면 정말 못 봐서 그러는지 아니면 알고도 그러는 건지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하게 우기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 보이나 정말? 저렇게 이기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 그럼 본인은 애매모호하면 무조건 상대편의 콜에 인정을 하나?
확실하게 상대편이 콜을 잘 못하고 있다고 여겨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인정하는 편이다. 그게 셀프 룰의 기본이니까.


- 확연하게 잘 못된 콜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어떻게 대처 하는가?
그냥 조용히 그 분께 말씀 드린다. 그런데 안 받아 들이면 그냥 인정하고, 진행요원에게 심판을 봐달라고 요청한다.


16강전 준비 완료. 그런데 상대는 이 분들이 아니었다. 하마터면 다른 팀과 경기를 할 뻔...

- 지금까지의 성적은 어땠나?
올해가 테니스 만9년차다. 전국대회 시합은 작년 초여름부터 나가기 시작했다. 준우승 4번이 최고 성적이다. 8강은 8번했다. 9번 만에 겨우 입상했다. 사람들이 나 보고 8강돌이라고 놀렸다.


- 그럼 8강돌이에서 어떻게 탈피했나?
성남에서 단체전이 있었다. 언니들이 “8강돌이 너 떡을 돌려야 입상해”라고 해서 떡 반말을 해서 돌렸다. 그랬더니 진짜로 단체전에서 입상을 넘어 우승했다. 그만큼 8강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입상하고 싶으면 떡 돌려라.(웃음)


- 왜 우승 못하고 8강에서 자주 떨어지나?
진짜로 우승하고 싶은데 라이트만 켜면 볼이 안 보인다. 이 성적도 모두 작년 10~12월에 성적을 냈다.


- 오늘도 4강 갔다. 내일 오후에 4강전 한다. 낮에 하니 우승 가망성 높겠다?
파트너가 잘 해주니 그랬으면 좋겠다. 사실 어제가 시어머니 기일이었다. 형님이 일이 있어서 내가 시어머니 제사 음식을 다 해서 싸가지고 갔다. 오늘 새벽에 나오는데 시아주버님이 “제수씨, 고생하셨으니 어머니가 착하다고 복 주실 겁니다. 오늘 좋은 일 있을 겁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선지 오늘 4강까지 왔다. 그런데 솔직히 속으로 투덜대며 음식 준비했다.(웃음)


  정소영씨를 알게 된 건 몇 년 됐다. 경기 여주에서 처음 봤을 때 정소영씨는 광주 대표로 출전 했었다.  햇볕이 따가웠는지 그녀는 머리에 수건을 쓰고 요상한 포즈로 동료들을 향해 달려왔다. 동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었고, 난 그 모습을 담아 기사에 실었었다.
“아니…웃으라고 한건데 그것을 기사에 내면 어떡해요?” 그 후 내게 돌아온 말이었다.


정소영씨는 “언니들은 나이 어린 동생들에게 하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가벼운 반말 정도는 괜찮은데 시비거리가 생겼을 때 상대편이 어리다고 막 하시는 언니들이 종 종 있어요. 그런 모습은 보기가 안 좋잖아요. 그리고, 동생들은 언니들에게 또 그만큼 대우를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며, 테니스장에서 즐겁게 테니스를 치기 위해서는 서로가 상대에 대한 매너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8강돌이였던 그녀가 떡을 돌려 8강을 탈피했다. 이제 시어머니의 보살핌으로 간절히 원하는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정소영, 박창숙 페어의 4강전은 17일(금) 오후에 성남시립코트에서 열린다.

더 테니스에서 올리는 기사와 동영상 유익하게 잘 보고 있다며 반갑게 맞아 준 장은영씨(우측)와 박은영씨. 32강 탈락했다.

성남시 테니스협회장이자 CH배 대회장인 김옥선 회장(앞줄 중앙)과  CH배 진행위원들


CH배 개나리부 본선 대진표(성남)

개나리부는 158팀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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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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