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거 하나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하나?

구미 금오 테니스장을 꽉 채운 무술생 개띠들

전국의 무술생 개띠들이 4월15일 구미에 모였다.

유붕자원방래면 불역락호아(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논어의 학이(學而)편 첫 구절로 벗이 있어 먼 곳에서 날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라는 뜻이다. ‘벗’은 친구다. 친구의 친(親)은 ‘친척’, 구(舊)는 ‘오랜 벗’을 뜻한다. 지금은 동갑내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축소됐지만 본래 의미는 친척과 벗을 뜻한다. 본래의 의미를 조금 비틀면 ‘친구’는 친척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58년 무술생 개띠들이 4월 15일 구미에 모여 한마음 테니스대회를 가졌다. 사진은 금오 테니스코트 옆 금오저수지.


“친구(親舊)야 반갑다. 잘 지냈나?” 

4월15일, 구미 금오 테니스코트가 '개'띠들로 가득 찼다. 58 무술년(戊戌) 개띠해의 출생자들이 구미 금오 테니스장의 실내 4면, 실외 10면을 모두 채운 채 한마음테니스대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무술년 개띠 모임이 전국적으로 결성된 지 4년차, 3백여명 가까운 회원들은 1년에 두 번씩 무술생 한마음 테니스대회를 개최한다. 올해의 첫 대회는 구미에서 진행됐다. 가까운 영남권은 물론, 서울경기, 강원, 충청, 전라 등 전국 각지의 무술생 100여명의 회원들이 구미로 모였다.


"오늘 먹거리는 우리손에~" 개회식이 시작되기 전 모든 먹거리 준비가 완료돼야 한다는 듯 각자 알아서 이것 저것 준비를 시작했다.


올해로 7번째를 맞이한 무술생 한마음 테니스대회의 공식적인 행사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들이 14일의 전야제에 참여했고, 함께 숙식했다. 하룻 밤을 같이 보낸 친구들은 15일 오전 9시경 금오 테니스장에 모여 행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지시하는 이도, 지시를 받는 이도 없었다. 그저 스스로 자신들이 알아서 잘 하는 것들을 찾아 행사 준비를 했고, 그 자체를 즐겼다. 


한마음 테니스대회는 처음에는 각 조별로, 그 후는 동서남북 4개조로 편성해서 팀전을 했다.

 테니스 대회는 개회식에 이어 조별 경기가 진행됐고, 모든 참가자들을 동서남북으로 나눠 단체전을 진행했다.  조별 경기의 입상자들에게는 각지에서 들고 온 시상품이 한아름 안겼다. 입상에 들지 못했어도 서운할 건 없었다. 그들의 손에는 순위에 든 것과 별반 다름 없는 시상품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격변기 역사의 증인들, 우리는 그들을 ‘58년 개띠’라고 부른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 55년부터 63년까지 이른바 베이비 붐 시대에 해마다 80만명씩 신생아가 태어났다. 80만명에서 머물던 신생아 수가 처음으로 90만명을 돌파한 해가 58년으로 92만명이 출생했다. 그리고 59년 97만명, 60년에 1백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60여년이 지난 2016년 출산인구 41만여명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출산이다.

58년 개띠들은 사회 격변기의 중심에 있었다. 내년 회갑,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삶을 준비하고 있다.


‘58년 개띠’라 불리는 무술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베이비 붐 세대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58년 무술년 개띠는 인구수로 따지면 59년 돼지띠, 60년의 쥐띠에 못 미친다. 그런데 왜 베이비 붐 세대의 대명사가 됐을까? 많은 이들이 사회적인 격변기에 이들이 중심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중3일 때 고교 평준화가 실시됐고, 성년이 되었을 때 유신정권의 몰락과 5공화국 탄생의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민주화에 앞장섰다. 그리고 30대 초반 일산 신도시가 생기면서 상전벽해를 경험했고, 39세인 1997년 IMF를 맞았다.



IMF로부터 20년 후 2017년, 58년 개띠들은 이제 사회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기가 됐다. 그래서일까? 7회째를 맞이한 58무술생 전국한마음테니스 대회에 참가한 개띠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는 ‘은퇴’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내년 회갑, 특별한 이벤트 

58년 무술생 개띠 모임을 전국적으로 확대 결성했던 초대 이상현 회장과 현 한광호 회장.

 사회 격변기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살아온 경륜 때문이었을까? 그들의 ‘은퇴’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았다. 100세 시대에 있어 60은 바쁘게 살아왔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유로운 인생의 시작일 뿐이었다. 그들은 회갑을 맞이하는 내년 재미있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58년 무술생 모임의 한광호 회장은 “2018년, 제8회 무술생 전국한마음테니스대회의 개회식은 우리 모두가 한복을 입고 입장하자”라고 100여명의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회원들은 박수로 화답하고 “재밌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이런 이벤트를 하는 모임이 어디 있나요?”라며 기자에게 되 묻기도 했다.


‘친구’ 그거 하나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하나?

14일 전야제, 저녁 식사와 함께 반주가 곁들여졌다. 이들은 '친구'라는 이유 하나로 모든 것이 통했다.

그랬다. 58년 개띠 모임은 무언가 달랐다. “친구 지간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나? 그냥 친구면 됐지!” 14일, 전야제 저녁시간, 식사와 함께 반주 한 잔 하면서 여기 저기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친구’ 하나로 통했다.


친구들과의 편한 자리, 한광호 회장의 건배사 “제가 멍~ 하면 멍멍~ 하세요” “전국에서 온 친구야 반갑다! 멍~”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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