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바르셀로나 오픈 8강진출, 나달과의 대전에서 멈춰.
우리나라 테니스의 간판 스타 정현(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 20세, 94위) ATP500시리즈인 바르셀로나 오픈 8강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 30세, 5위)과의 대전에서 패하며 준결승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정현이 바르셀로나 오픈 8강전까지 진출했으나 나달에게 져 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
그러나, 미국 휴스턴 오픈(ATP250)에서 2라운드에 진출하더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오픈(ATP500)에서 예선을 통과해, 1라운드에서 데니스 이스토민(우즈베키스탄, 73위)를 거쳐 2라운드에서 필립 콜슈라이버(독일, 31위)까지 꺾더니, 넥스트 제너레이션이자 영건의 대세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21위)까지 꺾었다. 즈베레프와의 대전에서 정현이 승리한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였다.
정현과 나달의 경기 분석
나달은 정현의 백핸드 쪽(애드 코트)으로 지속적으로 싸움을 걸었다. 그러나 세계 톱 랭커 수준의 백핸드를 장착하고 있는 정현은 나달의 헤비 톱 스핀 포핸드를 잘 받아내며 역공까지 감행했다. 정현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달은 정현의 백핸드 위닝샷에 얼굴이 굳어졌다. 정현은 나달의 2번째 서비스를 브레이크 시키고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잘 지키며 3-1로 앞서기 시작했다.
나달은 정현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나달은 정현의 백핸드 쪽으로 지속적으로 볼을 보내다 결정적인 순간, 정현이 서 있는 포지션의 반대쪽, 즉 듀스 코트 사이드로 볼을 날렸다. 밸런스가 무너지고 애드 코트 쪽에 몰려 있는 상태에서 정현이 그 볼을 쫓아가 되 돌려 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달의 전략은 분명했다. 강력한 톱 스핀 포핸드로 정현을 애드 코트(백핸드 쪽)로 몰아 놓은 후,
1. 정현이 애드 코트 쪽에 몰려 있으면 포핸드 다운더라인 또는 역 크로스 포핸드로 정현의 듀스 코트 쪽(포핸드 쪽)으로 포핸드 위닝샷.
2. 애드 코트(정현의 백핸드 쪽) 사이드로 깊숙이 볼을 쳐 놓고 정현이 밸런스가 무너지는 상태로 백핸드 샷을 치면 듀스 코트로 짧게 드롭 샷이나 네트 대시 후 발리.
정현을 상대로 나달의 이 전략적인 샷들은 거의 포인트를 냈다. 정현은 자신의 3번째 서비스를 나달에게 브레이크 당하며 3대3이 됐고, 6대6 타이브레이크에 접어들었다. 백전노장의 집중력과 노련함은 타이브레이크에서 빛났다. 순식간에 포인트는 6-0으로 나달이 앞서갔고, 정현은 단 한 포인트만 획득한 채 1세트가 마무리 됐다.
위기 상황에서 나달과 정현의 차이점
2세트, 정현은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내주며 출발했다. 그러나 2번째 서비스 게임을 지키며 게임 스코어는1-3이 됐다. 1세트와 1-3이 된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어쨌든 게임 스코어는 1세트와 같게 됐다. 다만 3게임을 먼저 얻은 선수가 1세트는 정현이었고, 2세트는 나달로 반대가 됐다는 것.
나달은 1세트에서 정현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며 2-3을 만들고,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키며 3-3을 만들면서 게임의 균형을 잡았다. 반면, 정현은 자신의 서비스권 40-30에서 더블 폴트를 범했다. 이게 전부가 어니었다. 두 번째 듀스에서 또 한번 더블 폴트를 하며 나달에게 포인트를 내줬다. 그리고 나달의 짧아진 볼을 잭나이프 백핸드로 사이드라인 밖으로 내보내며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게임은 세트 스코어 2대0(7-6<1> 6-2)로 1시간 46분만에 나달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정현의 백핸드가 좋은 이유는?
정현은 앞에서 언급했듯 백핸드 샷은 세계 톱 플레이어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포핸드에 비해 백핸드 샷이 약하다. 바브링카의 백핸드가 좋다고 하지만 다른 선수에 비해 백핸드가 좋다는 것이지 자신의 포 핸드에 비해 좋은 것은 아니다. 포 핸드에 비해 백핸드가 확실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프랑스의 리샤르 가스케 정도다.
정현은 포 핸드에 비해 확실히 백핸드가 좋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 – 중심축이 무너지지 않는다.
두 번째 – 정점에 다다르기 전의 라이징 볼을 친다.
중심축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정현이 빳빳한 백핸드를 치는데 원천이 되고, 정점에 이르기 전의 라이징 볼을 치는 것은 한 박자 빠르게 샷을 침으로써 상대편에게 준비의 시간을 주지 않게 된다.
나달, 정현의 장점인 백핸드를 지속적으로 공략한 이유는?
그런데 왜 나달은 지속적으로 정현의 백핸드 쪽으로 볼을 보냈을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아무리 정현의 백핸드가 강하더라도 포핸드에 비해 전반적으로 백핸드로 보내는 샷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랠리 중 상대편의 백핸드를 공략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1. 포 핸드에 비해 에러 할 확률이 높다.
2. 상대편이 받아 다시 넘어와도 자신에게 위력적인 볼이 될 가망성이 적다.
3. 포 핸드 샷보다 백핸드 샷을 한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4. 샷의 다양성에 제한이 있다(팔과 라켓의 가동 범위가 백핸드에 비해 포핸드가 훨씬 넓고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톱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포핸드를 잘 쳐야 한다.
왼손과 오른손잡이, 나달은 포핸드고 정현은 백핸드다. 정현이 아무리 백핸드가 좋다 하더라도 정현의 백핸드와 나달의 포핸드 싸움에서 실력이나 캐리어로 보았을 때 당연 나달의 포핸드가 이길 수 밖에 없다.
정현의 포핸드는 왜 백핸드에 비해 안 좋을까?
정현의 백핸드가 좋은 이유는 앞에서 중심축, 즉 밸러스와 정점에 이르기 전의 라이징 볼이라고 했다. 그런데 포핸드는 이 두 가지가 백핸드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정현이 포 핸드 임팩트 지점은 백핸드에 비해서 30~50cm정도 뒤로 보인다. 즉, 백핸드는 떠 오르는 볼을 바로 눌러 때리는 것에 비해 포핸드는 정점으로부터 약간 떨어지기 시작하는 위치가 정현이 임팩트 하는 위치다. 그 임팩트 위치가 결코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체가 약간 뒤로 제쳐지는 현상이 여전히 나타남에 따라 약간 걷어 올리는 샷이 된다.
정현의 포핸드 샷이 위력이 떨어지는 이유.
타점을 앞에 두고 가로스윙으로 때리는 샷이어야 강력한 파워가 볼에 전달 된다. 정현의 임팩트는 분명 앞이다. 그러나 몸이 뒤로 제쳐지면서 걷어 올리는 현상이 되다보니 볼에 파워가 전달이 안 된다. 정현의 포핸드 샷이 위력이 없는 이유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정현의 샷에 힙턴의 향상은 확실히 있어 보인다.
정현에게 현재 절대적으로 필요한것.
경기 운영 능력은 매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자연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백전노장인 나달과 싸워 정현이 이기기를 기대 했지만 이길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테니스에 있어 경험과 실력 차이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승패요인이기 때문이다. 나달과 한 번 싸워봤으면 좋겠다는 소원은 이뤘고, 졌음에도 잘 싸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클레이의 황제인 나달을 상대로 서비스가 어떻고, 포핸드 위닝샷, 언포스드 에러 등 비교 수치를 나열하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제 20살인 정현, 앞으로 특별한 일만 없다면 나달을 비롯 톱 플레이어를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많다.
그러나, 그 톱 플레이어들을 이기고 자신이 톱 플레이어가 되려면 서비스와 포핸드는 필수다. 강점이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약점은 되지 말아야 한다. 서비스의 약점은 리턴으로 보완하고, 포핸드의 약점은 백핸드로 보완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까지다. 그 두 가지 기술을 향상 시키는데 밸런스는 필수다 정현의 밸런스 운동이 절대적으로 더 필요한 이유다.
정현에게 어떤 코트가 더 좋을까?
과거에도 언급했으나 정현은 하드코트를 선호하지만 플레이 스타일로 보아 하드 코트 보다는 클레이 코트가 더 적합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장기적인 랠리에서 절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정현이 위닝샷은 별로 없지만 안정적으로 샷을 받아 치는 데는 탁월하다.
두 번째로는 정현의 포핸드와 서비스가 약하다는 것이다. 하드 코트는 강력한 서비스와 강력한샷을 장착한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클레이 코트는 바운드 특성상 서비스 에이스와 위닝샷 한 방으로 끝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서비스 보다는 리턴이, 공격적인 선수보다는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플레이 하는 선수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향이 있다. 정현은 서비스 보다는 리턴이, 공격 보다는 안정적인 수비가 더 장점이다.
정현이 최근 하드 코트에 비해 클레이 성적이 나는 이유가 새로운 코치를 맞아 실력이 업그레이드 된 것인지, 아니면 클레이 코트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더 적합해서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는 정현의 현재 상황에 거의 들어맞는다. 앞으로 각 코트의 성적을 잘 보고 전략적인 판단도 필요할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