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 US오픈 우승! 빅4, 그들이 우승하는 이유.

 라파엘 나달 (Rafael Nadal)이 일요일 오후(뉴욕 현지) 아서 애쉬 스타디움 (Arthur Ashe Stadium)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첫 결승전 진출자인 케빈 앤더슨 (Kevin Anderson)을 세트 스코어 3대0(6-3, 6-3, 6-4)로 물리 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나달은 그랜드슬램 단식 통산 16번째, US 오픈에서 3 회 우승을 차지했다.

나달이 2017 US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16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랜드슬램 16회 우승은 올 여름 윔블던에서 그의 19 번째 우승을 차지한 로저 페더러 (Roger Federer)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선수다.


  나달은 올해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베이스라인에서 멀리 떨어져 엄청난 힘이 실린 헤비 톱스핀을 날리던 나달은 4년 전부터 자신의 샷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왼손잡이, 그리고 다른 선수에 비해 30cm정도 더 튀어올라 사이드로 빠져 나가는 스핀, 그리고 지치지 않는 체력은 나달을 나달이라 불리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자 힘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다가오는 근력의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고, 파워를 잃은 나달의 샷은 바운스 되어 튀어 오르는 라이징 볼을 때려 치는 젊은 선수들에게 동네 북처럼 난타 당했다.


  나달은 자신의 샷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는지 모른다. 페더러가 그랬듯, 나달은 자신의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좀 더 베이스라인에 붙었고 좀 더 빠르게 앞으로 전진했다. 상대편이 실수 할 때까지 베이스라인에서 줄기차게 샷을 날리던 나달이 네트 플레이 하는 숫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머리 위로 돌아가는 샷, 나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그 샷은 찬스 볼에서는 머리가 아니라 어깨로 돌아갔다. 다른 선수들이 나달을 따라 라켓이 머리를 돌아 나가는 샷이 하나 둘씩 늘어 갈 때 나달은 다시 시나브로 클래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첫 그랜드슬램인 호주에서 나달은 페더러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자신이 지난해의 무기력한 나달이 아님을 팬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텃밭인 파리에서 클레이 황제 나달로 돌아왔다. 파리는 자신의 첫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획득한 곳이고 지금까지 9번의 우승 타이틀을 가져다 준 자리다.


 페더러가 호주에 이어 윔블던에서 우승했다. 자신이 출전한 2개의 그랜드슬램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US오픈, 나달과 페더러의 대진은 준결승전, 수 많은 테니스인들이 호주오픈의 멋진 승부를 기대하며 둘의 경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페더러가 8강에서 델 포트로에게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나달은 페더러를 물리친 델 포트로를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고, 결승 상대인 케빈 앤더슨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게 누르고 2017우승 트로피에 자신의 이빨 자국을 남겼다.


  케빈 앤더슨과의 결승전, 나달은 서비스가 좋은 앤더슨을 상대로1세트 중반을 지나면서 기세를 잡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서비스가 좋은 케빈 앤더슨을 상대로 나달은 리턴 게임은 끈질기게 버텼고, 자신의 서비스 게임은 손 쉽게 지켰다. 자신의 서비스보다 평균 25Km/h나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가진 앤더슨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백 펜스 깊숙이 붙어 리턴 했고, 랠리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케빈 앤더슨은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 결승에 올랐다.

1-1에서 앤더슨의 서비스 게임에서 6번의 듀스 게임까지 가며 기세 싸움을 벌이다 결국 7번째 게임, 앤더슨의 4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더니 5번째 서브 게임마저 브레이크 시켜 6대3으로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 역시, 나달과 앤더슨은 초반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잘 지켜 나갔다. 전반적으로 나달이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손 쉽게 지켜낸 반면 앤더슨은 힘겹게 지켜나간 게임이었다. 결국, 2세트도 6-3으로 나달의 세트가 됐다.

3세트, 나달은 앤더슨의 첫 번째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며 앞서기 시작했고, 끝까지 그 게임을 잘 지켜나가 6대4로 끝냈다.


  나달은 2005년부터 2014 년까지 10년동안 매년 최소 하나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러나 2015년, 9연승을 해왔던 롤랑가로스에서 바브링카에게 준결승전에서 패하며 단 하나의 타이틀도 획득하지 못했고, 랭킹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2016년에도 나달이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자 나달의 시대는 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나달은 호주에서 페더러와 함께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줬고, 파리 롤랑가로스 클레이에서 3년만에 다시 우승 타이틀을 추가하며 기록적인 두 자리 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나달은 같은 해 4 차례에 걸쳐 적어도 2 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2008 년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2010 년에는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2013 년에는 프랑스 오픈과 US 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또 2013년의 데자뷰,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해, 즉 2008, 2010, 2013, 2017은 모두 나달이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한 해다. 재밌게도 4회의 1위 등극과 관련된 텀이 1년씩 늘어났다.


  페더러의 호주오픈, 윔블던, 그리고 나달의 프랑스오픈과 US오픈,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던 조코비치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후 부상과 함께 서서히 하락하고, 머레이가 그 뒤를 이어 왕좌에 앉았으나 그도 부상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페더러, 나달, 그리고 조코비치, 머레이 빅4의 회전문 1위 15년, 그 들의 15년에는 끊임없는 변화가 함께 했다. 페더러와 나달이 앞서 이끌고 갈 때 조코비치는 모든 샷의 고 평준화를 닦고 있었고, 머레이는 중요한 순간 멘탈 붕괴의 약점을 극복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리를 물려준 페더러와 나달, 페더러는 타점의 변화를, 나달은 포지션과 샷의 변화를 추구했다.



 여자 테니스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세레나를 제외하면 모두가 1위에 오를 수 있는 춘추전국시대가 됐듯, 조만간 2~3년 후면 남자 테니스도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가 오랫동안 우리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이유는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분명한 케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테니스를 하지만 자신만의 케릭터를 구축하는 것, 세계 정상이면서도 끊이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정신, 우리나라 테니스 선수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전화면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