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무궁화컵전국여자테니스대회가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진행 중이다. 무궁화컵은 8.22일 어머니부를 시작으로 여자 초.중.고부로 나뉘어 28(7일간)까지 춘천송암국제테니스코트와 춘천호반테니스코트에서 열린다.
한국여자테니스연맹에서 주최하는 무궁화컵 어머니부는 개인전인 장년조와 클럽대항전으로 펼쳐졌다. 클럽단체전은 3복으로 대회 특성상 여성 클럽들은 봄에 열리는 여성연맹 회장배와 더불어 무궁화컵의 성적을 자신이 속해 있는 클럽의 실력을 알리는 기회로 삼는다. 때문에 오래되지 않은 클럽은 대회에서 선전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상과 존재감을 알리고,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클럽들은 한 판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장 이기도 하다.
각 클럽을 대표하여 출전한 선수들은 폭염 속에서도 클럽의 명예를 위해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 뛰었다. 1대1 상황에서 대 역전극이 수시로 벌어졌다. 클럽 회원들은 코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한 샷 한 샷에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을 질렀고, 단체 응원 소리는 늦은 밤까지 송암코트를 흔들어댔다.
밤 8시, 화곡클럽과 목원클럽의 A조 결승전에서 화곡이 우승을 차지했다. 밤 10시 가까이 되자 B조 춘천송암클럽과 양주여성회의 결승전에서 춘천송암클럽회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뒤 이어 C조 등마루와 목원의 결승전에서 등마루가 손을 번쩍 들었다.
A조에서 우승한 화곡클럽의 송선순 회장은 “실력 보다는 42년 전통 화곡의 정신력의 승리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준우승한 목원클럽의 김미희 회장은 “지금까지의 성적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목원이 한 걸음씩 발전하는 의미 있는 결과다”라고 말했다.
A조 결승 진출팀. 화곡클럽과 목원클럽
A, B, C조로 나뉘어져 치러진 어머니부 대회는 위에서 언급했듯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12시간이 넘는 대 장정이었다. 대회에 출전한 모 클럽의 회장은 “폭염주의보가 예상된 상황에서 클럽 회원들을 대회에 출전시켜야 하는가를 고민했다"며 "코트에 들어선 선수들이야 햇볕보다 더 뜨거운 승부욕에 불타 더위를 잊어버리겠지만 바라보는 이도 지치게 만들 정도의 날씨였다"고 말했다. 또한 "큰 탈 없이 끝나 다행이지만 한 여름 폭염이 예상되면 대회 연기나 단축경기를 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며 폭염 주의보 속에서 진행된 대회에 대한 선수 보호차원의 대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해 36회를 맞이한 무궁화컵 어머니대회는 윔블던과 같은 전통이 있다. 출전 선수들은 흰색의 테니스 복을 입어야 한다는 복식 규정이다. 이에 따라 8.22일 어머니부에 출전한 500여명의 선수들은 모두 흰색의 테니스 복을 입고 출전했다. 형형색색의 형광 빛 테니스 복은 각자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지만, 파란 코트 위의 백색의 향연은 조지훈 시인의 ‘승무’를 떠올리게 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한 낮 땡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코트에서 누비는 그녀들은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