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졸업 앞 둔, 어찌해야 할 바 모르는 남자 선수 이야기
  •   ‘열정페이’, ‘N포세대’, ‘헬 조선’, 언론에 꽤나 많이 등장하는 단어로 취업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신조어다.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일자리의 양극화로 청년실업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건강보험 및 국세 DB 연계 대졸자 계열별 취업률(2014)
    건강보험 및 국세 DB 연계 대졸자 계열별 취업률(2014)

      건강보험 및 국세 DB연계 취업률을 산출한 2011년 이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 추이를 살펴보면, 대졸자의 취업률은 2012년 이후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중 전문대학, 대학,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에서 인문계열과 예, 체능 계열의 취업률이 다른 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2015년)의 교육통계분석자료집)


      비트로팀 재능기부 기념 초청대회에 대학 졸업을 앞 둔 4학년 테니스 선수가 테니스 동아리 선수들과 함께 목동을 찾았다. 그는 졸업 후 진로를 실업팀 입단에 두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그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인터뷰는 11월 6일에 있었다. 선수의 이름과 학교는 밝히지 않는다)


    - 이제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학 4학년때 가장 고민이었던 것은 무엇인가?
    나는 테니스 선수로 운동을 했고, 운동을 계속 하고 싶었다. 맘먹고 운동을 했기 때문에 실업팀에 가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리고 남자이다 보니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군대가 다음 순이었다.


    - 실업팀 입단과 군대, 그 고민거리들은 어떻게 됐나?
    실업팀 입단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실업팀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실업자가 됐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군대는 2년동안 일해서 돈을 좀 벌어놓고 다녀올 생각이다.


    - 실업팀 입단 추진은 왜 실패했나?
    부천에 있는 실업팀을 가려고 추진했었다. T.O(Table of Organization)가 차 있어서 원래 가기가 어려웠는데 선배가 저를 아껴서 데려가려고 노력했다. 실업팀 입단에 있어서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입단 진행중인 상태에서 나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결국, 재정적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T.O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내 성적이 좀 괜찮았으면 현재와는 다른 상황이었을 텐데….



    - 성적이 안 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머리가 너무 복잡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 부천에 있는 실업팀 외에 다른 팀들은 안 알아봤나?
    코치선생님께서 경기도 소재의 다른 실업팀에 보내주신다고 했었다. 부산도 실업팀이 새로 생긴다고 하고…그런데 부천에 너무 가고 싶어서 이야기를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천에서 나에게 T.O를 늘릴 수 없다는 답이 너무 늦게 왔다. 부천 기다리는 동안 이미 다른 곳은 T.O가 다 차버렸다.


    - 대학 4학년 동료들의 상황은 어떤가?
    전국의 대학 선수들 중 실업팀을 가려고 하는 선수들은 약 15명정도 된다. 가려고 하는 선수들은 거의 다 확정됐다. 가지 못한 선수가 2~3명 되는데 그 중에 나도 포함이 되어 있다.

     

    - 실업팀에 들어가고 싶은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되나?
     평균적으로 따졌을 때 반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해마다 다른 것 같다. 거의 다 안가는 경우도 있고, 거의 다 가려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에는 모두 실업팀에 가려고 했다. 실력이 비슷할 때는 모두 가려는 비율이, 실력 차이가 많이 나면 또 안 가려는 비율이 늘어난다. 실업팀 입단은 자신의 성적과 학교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 실업팀에 가지 못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있나?
    2년 정도 코치 생활을 하다가 군대 갈 생각이다. 한 두 달 쉬는 시간 갖고 동호인 레슨 하려고 맘 먹고 있는데 자리 잡기가 어렵다. 좋은 조건을 가진 곳도 없고... 이제 사회에 막 발을 딛는 순간인데 어떻게 레슨자들을 만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사실 막막한 상태다. 지금은 학교 동아리 애들을 가르쳐 주겠다고 자발적으로 들어가서 가르치고 있다. 여기도(목동테니스장) 학교 동아리 애들과 같이 왔다. 동아리 애들 가르치는 것은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고 있다.


    - 대학 다니는 동안 테니스 말고 다른 생각을 해 보지는 않았나?
    3학년이 되면서부터 테니스를 계속 해야 하나? 빨리 내려놓고 졸업 후 진로를 준비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많았다. 시합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16강, 8강 중요한 분기점에서 졌다. 테니스가 아닌가 보다 했다. 그래서 결국 지난해에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테니스를 그만 둔다고 하고 학교를 나갔었다. 주전 멤버인 내가 빠지다 보니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붙잡아서 다시 돌아왔다.


    - 학교가 원망스러운가?
    지금은 솔직히 그렇다. 그때 그만 뒀으면 저에게 1년의 시간이 더 있었는데 뭔가 시간을 잃어 버린듯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저는 시간을 버리고 학교에 투자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것 역시 제가 선택한 부분인지라…


    - 여자 선수들은 좀 어떤가?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에 비해 실업팀 가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일단 선수가 남자 선수에 비해 많이 적다. 실업팀 티오도 많다. 운동을 끝까지 하는 여자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면 실업팀 가는 것 같다.


    - 운동하는데 있어 여자 선수와 남자 선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당연 군대다. 남자들은 군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테니스를 계속 하려면 군대를 가면 안 된다. 잘 치는 선수일지라도 상무(국군체육부대)를 가지 못하면 테니스를 그만 둬야 하는 상황이다. 졸업을 하고 실업팀을 간다 해도 군대를 가게 되면 운동을 못하게 된다고 보면 된다. 여자들은 운동을 계속 하고 싶으면 실업팀을 가면 된다. 남자들은 실업팀을 가게 되도 군대 때문에(상무를 못 가게 되면)여자들과 차이점이 생긴다.


    - 테니스냐? 다른 진로냐? 를 선택하는 시기는 언제쯤인가?
    2~3학년때 결정이 된다고 보면 된다. 운동을 하지 않겠다 생각하는 친구들은 보통 2학년이 끝난 후 휴학하고 군대를 간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운동선수를 키우는 학교이다 보니 운동부인 체육학과는 4년동안 운동을 하고 군대를 가게 되어 있다. 교칙도 그렇게 되어 있다. 휴학의 개념이 없다.


    - 대학 4년을 학년별로 운동으로 구분 짓는다면?
    1~2학년때는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것 하고 운동만 열심히 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많이 망가지는 것 같다. 3학년이 되면 1~2학년을 관리하는 입장으로 바뀐다. 관리를 받다가 관리하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운동, 몸 관리 등 망가지는 선수가 많다. 그래도 저는 몸을 관리 하는 편이었으나 1~2학년때에 비해 보면 망가진 편에 속한다. 4학년은 쉬는 기간이다.


    - 대학까지 테니스 선수로 졸업하는 선배로써 테니스를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까지 학교의 성적 압박이 심했다. 아주 잘 치지 않는다면 테니스 말고도 한 가지 다른 부분을 준비해 주는 게 좋다. 나는 그런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은 잘 하는 학교일수록 더 심한 것 같다. 못하는 학교는 4강 올라가면 잘했다고 하는데 잘하는 학교는 결승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혼 나기도 한다.


    - 그럼 학교 체육이 선수보다는 학교의 성적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외국은 선수를 위해서,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 운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윤성이나 이덕희도 학교 소속이지만 학교에서 운동하지 않는다. 그렇게 잘 하더라도 학교에만 들어가면 망가진다. 그 원인은 학교에서 하는 운동은 단체운동이기에 그냥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하는 선수들 보면 자기 스스로 능동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 그럼 학교 체육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학교 운동과 개인 운동은 개념의 차이가 있다. 학교에서 단체적으로 하는 운동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고 끝낸다’ 이런 개념이다. 이른바 수업 듣는 거와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운동하는 선수들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무엇을 하고 또 언제부터 언제 까지는 이것을 하고 등등…구분해서 운동을 한다. 학교에서 단체적으로 하는 운동에 비해 훨씬 체계적으로 운동을 한다.


    운동은 힘들게 하는 것 보다 재미있게 해야 한다. 시켜서 하는 것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이기 때문에 실력이 안는다. 재미를 느끼면서 하는 것은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한다. 그때 실력이 가장 많이 는다. 지도자들이 느껴야 할 부분이다.


      잠깐 이야기 하자 했던 인터뷰는 거의 2시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가고자 했던 실업팀을 가지 못한 인터뷰이도,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어도 서로 웃으면서 대화를 할 수는 없었다. 어찌 보면 내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처지일텐데 그는 시종일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그
    는 “선수로서 내가 가장 잘 못된 케이스가 아닐까”라고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후배들에게 갔다.


    참고) 사진은 비트로팀 재능기부 기념 초청대회에 출전한 대학 동아리 출전 선수들로써 기사 내용과 상관 없습니다.


  • 글쓴날 : [16-11-22 09:54]
    • 방극종 기자[bangtenni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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