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이렇게 오나 보다. 겨우내 잔뜩 기승을 부리던 추위와 바람이 뒷켠으로 물러가며 잠시 숨 고르기 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동호인들을 자꾸 코트로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봄 바람에 발 맞추듯 제주도는 각종 동호인 및 엘리트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고, 코트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제5회 김문호배가 약 300여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귀포테니스코트에서 가운데 열렸다. |
지난 2월 26일(일) 서귀포시테니스코트에서 김문호배가 열렸다. 올해 5회째 맞는 김문호배는 서귀포 테니스인들에게 매우 의미 깊은 대회다. 테니스를 너무 사랑했던 서귀포시테니스협회 김문호 부회장을 가슴에 담은 대회기 때문이다.
당시, ‘한라 타일’ 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던 김문호 부회장은 테니스에 푹 빠져 살았다. 김부회장은 테니스 사랑을 선수 후원으로 보여줬다. 형편이 어려운 제주의 초중고 테니스 선수들 다수에게 김부회장의 손길이 닿았다.
고 김문호 부회장과 부인 이미령씨. |
그러나 운명은 가혹했다. 불의의 사고로 김문호 부회장은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김문호 부회장의 좋은 뜻을 기리기 위해 협회의 오태완 이사가 나섰고, 김문호배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서귀포시테니스협회 한기환 회장을 비롯 임원들 역시 그들과 뜻을 함께 했다. 김문호배의 탄생이었다. 육신은 떠났으나 그의 마음은 서귀포의 테니스인들에게 그대로 살아 남았던 것이다.
김문호배 추진위원회 20여명과 서귀포시테니스협회(회장 한기환)는 김문호 부회장의 테니스 사랑을 전하기 위해 김문호배를 만들었다. |
올해, 김문호배는 남자 55팀(금배24, 은배 31), 여자 70팀(금배16, 은배 30, 동배24)이 출전했다. 김문호배는 테니스인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특별한 자격 요건, 페어 조건을 달지 않았다. 테니스를 사랑했던 고 김문호 부회장의 순수한 맘을 녹여내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남자 금배부 결승. 좌로부터 임재준, 강기준/ 심형준,이현빈. |
남자 은배부 결승. 좌로부터 강신범, 이희승 vs 임강일, 고은환. |
그래서일까… 이번 대회에는 외지에서 생활하다 제주로 내려온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다. 젊은 청춘부터 지긋한 경륜을 지닌 참가 선수들이 함께 하는 모습은 테니스가 가진 멋 ‘테니스’ 그 자체였다.
여자 금 은배부. 좌로부터 한순실, 진달래 vs 배영아, 고성자 |
테니스를 가장 잘 치는 남자 금배부는 이현빈(영주), 심형준(제주하나)이 결승에 올라 임재준(올레), 강기준(서귀포한라)을 누르고 감격적인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여성부에서는 한순실(동문), 진달래(테우)조가 배영아(탐라), 고성자(서귀포한라)조를 맞아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감격적인 금 은배의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故 김문호 부회장의 가족. 사진 하단 좌측의 이미령씨가 남편의 업을 이어받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
2017년 3월 6일, 김문호 부회장이 영면에 든 지 5년째 되는 기일이다. 테니스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김문호 부회장의 영전에 이 기사를 바친다.
글. 사진= 제주 고명신(더 테니스 객원기자/서귀포시 테니스협회 홍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