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일순 기자를 잘 안다며 더 테니스를 후원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부끄러운 금액이지만 매달 초 일정액을 후원할 테니 우리나라 테니스를 위해 열심히 활동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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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협회 김대원 회장(좌)과 김건화 이사(우) |
신일순 기자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대구 달성군 협회장’이라 한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후원이라는 것이 말과 달리 실천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 초, 통장에 그 금액이 표시 됐다. 협회장이면 협회 홍보차원인가? 그러면 더 오래 된, 더 많은 인지도가 있는 매체도 있는데 무엇 때문에? 왜? 이제 겨우 1년 넘은 우리 더 테니스를 후원하기로 마음 먹었을까? 궁금증이 내면으로 부터 솟았다.
신일순 기자를 통해 8월 16일 인터뷰가 잡혔다. 인터뷰 장소는 대구의 한 오리고기 식당이었다. 김대원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안면이 있던 김건화 협회 이사(테니스 지도자)와 함께 손에 케잌을 들고 나타났다. 그날은 기자의 생일이었다.
- 더 테니스를 후원하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더 테니스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너무 헌신적이다. 정말 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원의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다.
-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후원하는 것인가?
아니다, 난 덕희학교라는 특수학교의 교사다. 아내와 같이 근무한다.(덕희학교는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정서, 행동, 자폐성장애아 교육기관이다)
- 협회에도 금전적인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고 들었다. 교사의 급여로는?
아니다. 별로 돈 안 쓴다. 그냥 써야 할 때 쓰는 것일 뿐. 협회장이라면 최소한 고생하는 임원들에 대해 보답은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돈이 많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안 쓰고 협회와 협회 임원들에게 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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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커피숍에 잠시 들렀다. 둘은 이자리에서도 '2018년 비슬산배' 준비에 대해 많은 시간을 이야기 했다. |
- 개인적으로 쓸 용돈을 아껴서 쓴다는 건가?
이를 테면 그렇다. 한 가지 예로 내가 개인적으로 술 먹는 돈만 제대로 아껴도 협회 임원들 서운치 않게 밥 한끼는 충분히 살 수 있다. 내가 아내에게 받는 한 달 용돈이 50만원이다. 내 용돈과 과거 연구원 하면서 모아 놓은 돈이 조금 있는데 그것을 조금 보태 쓴다. 협회 재정이 튼튼하다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장이 협회를 위해 금전적인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은 협회장으로서 꼭 필요한 자격 중 하나라고 난 생각한다. 그래서 협회 돈은 꼭 필요한 것만 쓰고 그렇지 않은 것은 여건이 되는 한 개인적으로 해결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돈이 많다는 소문이 난 듯 하다. (웃음)
- 달성군에서 여는 전국대회가 비슬산배다, 비슬산배는 어떤 의미인가?
비슬산배는 달성군의 자랑이다. 비슬산배는 옆에 있는 김건화 이사가 노력해서 만든 것으로, 올 4월에 10회째 대회를 열었다. 비슬산배를 열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내가 전국대회 시합 다닐 때 아쉬웠던 3가지가 있는데 그 3가지를 비슬산배 참가자들이 느끼지 않도록 잘 녹여 내는 것이다.
- 그 세 가지는?
첫 째, 참가선수들에 대한 배려다. 대회 참가 선수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있다. 개회식 참석과 코트 이동이다. 사실, 대회를 개최하는 입장에서도 개회식 없고, 코트 이동 안하며 대회 치르면 참 좋다. 그런데,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대회는 의지와 상관 없이 개회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코트도 여건하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하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그래서 관련 단체 홈페이지에 비슬산배가 시작되기 전에 참가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사과문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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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째는 선수들의 매너와 관련된 부분이다. 대회를 다니다 보니 참가 선수들이 풋 폴트와 함께 라인 시비가 많았다. 바람직한 테니스 문화를 위해 우리 모두 개선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셋 째는 심판판정에 대한 것이다. 어떤 분쟁이 생겼을 시, 판정을 함에 있어 대회 진행자들을 믿어 줬음 좋겠다. 내 개인적으로도 대회 심판 보면서 그런 경험이 있다. 나에게 불공정한 판정을 했다고 선수가 서운해 했다. 그런데 나 자신은 지금도 공정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대회 진행자가 자신의 지역, 자신과 친한 사람 편을 드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양심을 버리고 그렇게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대부분은 공정하게 판단하려고 한다고 난 생각한다. 분쟁이 생겼을 시, 진행자들은 당연 공명정대하게 판정해야 하고, 선수들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
김대원 회장은 사업가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교 교사라고 답했다. 학교 교사로서 그 보수가 결코 넉넉치 않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협회장이면 어느 정도는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협회를 위한 협회장으로서의 책임감,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신의 활동 영역과 거리가 있는 오리고기 식당을 인터뷰 장소로 잡은 이유가 “고속도로 타기 편한 곳”이어서 라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자를 배려한 것이다. 일종의 배려의 리더십이라 할까?
“협회장으로서 리더십 있고 매우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인터뷰 전날, 김대원 회장과 가까운 사람이 아닌 주변의 평가는 어떤가 하고 지인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대구에 살고, 대회 참가한 아내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에 왔다).
‘왜? 무엇 때문에?’로 시작해서 찾아간 곳 대구, 달성군협회 김대원 회장의 말을 들으면서, 회장의 조건, 배려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과 함께 대구와 좀 더 가까워진 마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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