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좌로부터 신지은,황지연선수 손동열 공주시협회장, 최재운 충남협회장, 김영식 카토회장, 김수빈,김희정선수 |
2026 충남한마음대회 개나리부 결승. 네 선수 가운데 눈길을 끄는 한 쌍이 있었다. 김희정(예산퀸즈,55세)과 김수빈(예산퀸즈, 31세), 엄마와 딸이었다. 모녀의 맞은편에는 황지연(공주한울)·신지은(무소속)이 섰다.
경기 초반은 황지연·신지은의 흐름이었다. 황지연이 베이스라인에서 강한 포핸드를 깊숙이 보내고, 상대의 볼이 짧아지면 신지은이 네트 앞에서 기회를 잡아 포인트를 내는 전략이었다. 김수빈 역시 훌륭한 스트로크로 맞섰지만, 황지연의 파워에 종종 공이 짧아졌고, 신지은의 전위 플레이는 전략대로 자신들의 포인트로 만들어 갔다.
초반 기세는 황지연·신지은 페어의 것이었고 모녀는 0-2로 밀려갔다.
반전은 세 번째 게임, 엄마 김희정의 서브에서 시작됐다. 왼손잡이 김희정의 공에 상대가 조금씩 흔들렸다. 거의 1시간에 가까울 정도의 힘겨운 준결승을 치르고 올라온 황지연은 다리가 불편한 듯 베이스라인에서 좌우 움직임이 둔해졌고, 스트로크의 안정성도 앞선 경기보다 떨어져 보였다.
반면 준결승을 6-1로 비교적 손쉽게 마친 모녀는 상대적으로 체력을 많이 아낀 상태였다. 김희정이 서브 게임을 지킨 데 이어 신지은의 서브 게임까지 브레이크하며 2-2, 모녀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양쪽의 역할은 뚜렷했다. 황지연과 김수빈이 베이스라인에서 강력한 스트로크로 공을 주고받았고, 신지은과 김희정은 네트 앞에서 기회를 노렸다. 공교롭게도 베이스라인 스트로커인 김수빈과 황지연은 오른손잡이, 네트 플레이어인 신지은과 김희정은 왼손잡이였다.
 |
| 김수빈 선수의 포핸드 |
흐름을 되찾은 모녀는 기세를 늦추지 않았다. 첫 서브 게임을 내줬던 김수빈이 자신의 두 번째 서브 게임을 지켜 3-2로 앞섰다. 이어 체력 저하로 인해 서브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황지연의 서브까지 브레이크하며 4-2로 달아났다.
김수빈의 스트로크도 안정감을 찾아갔다. 상대의 강한 공에 맞서면서도 쉽게 실수를 내주지 않았다. 황지연이 마지막 힘을 내며 버티고 있었지만, 모녀의 호흡은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졌다.
딸이 뒤에서 버티면 엄마가 앞에서 마무리했다. 김희정의 스매시는 강력하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처리하기 까다로운 곳으로 향했다. 그 공은 득점으로 이어지거나 다시 모녀에게 기회로 돌아왔다.
5-2, 그리고 매치포인트. 상대의 스트로크가 라인 밖으로 벗어나면서 경기가 끝났다. 0-2에서 여섯 게임을 연속으로 따낸 6-2 역전승. 엄마와 딸이 함께 국화가 된 순간이었다.
 |
| 매치 포인트가 끝나고 우승이 확정되며 국화가 된 순간 |
김수빈의 눈물이 터졌다. 감격에 겨우 눈물을 흘리는 딸을 바라보던 김희정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코트 맞은편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황지연이었다. 그의 어머니도 경기장에 있었고, 패한 뒤 눈물짓는 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승한 김수빈과 준우승한 황지연은 평소 함께 운동하는 언니 동생 사이다.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은 이날 결승에서 마주했고, 경기 뒤에는 서로 다른 이유로 눈물을 흘렸다.
황지연의 어머니는 결승에 오른 딸의 우승을 바라며 꽃다발을 준비해 왔다. 딸은 그 꽃을 받아 들고서야 웃었다. 눈은 여전히 빨갛게 충혈돼 있었지만, 자신보다 더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을 엄마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
| 준우승자 신지은(좌) 황지연(우) 선수 |
모녀의 우승을 축하한 사람은 남편이자 아버지인 김기환 씨였다. 아내보다 1년 늦게 테니스를 시작한 그는 구력 20년의 아내와 5년의 딸이 함께 국화가 된 것을 축하했다. 1남 1녀를 둔 이들은 테니스 가족이다. 엄마와 아들, 딸과 아빠가 짝을 이뤄 함께 코트에 선다. 가족의 일상이었던 테니스가 이날은 잊지 못할 가족의 추억이 됐다.
사실 모녀는 올해까지만 개나리부 대회에 함께 출전하기로 했었다. 김희정은 이후 대회 출전을 그만둘 생각이었고, 김수빈도 스스로 파트너를 찾아 대회에 나가기로 약속했다.
둘이 함께 대회에 나선 계기는 딸의 한마디였다. 딸이 시합에 나가고 싶다고 하자, 내성적인 성격의 딸이 파트너 구하기 힘들까봐 엄마가 파트너로 나섰다. 먼 곳까지 다니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맞을 때마다 가까운 충남 지역 대회에 함께 출전했다.
예선 탈락부터 16강, 8강, 4강까지. 준우승도 한 차례 경험했다. 그렇게 함께 쌓아온 도전이 이번으로 열 번째였다.
그리고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한 가을 초입, 모녀는 충남한마음대회에서 함께 우승하고 함께 국화가 됐다.
 |
| 한날 한시에 국화가 된 모녀. 엄마 김희정(좌) 딸 김수빈(우) |
김희정은 딸과 함께한 대회의 가장 큰 힘을 편안함에서 찾았다.
“5년 된 딸과 호흡이 비교적 잘 맞았다. 아무래도 가족이다 보니 다른 사람과 할 때보다 에러 했을 때 심리적으로 많이 불편하지 않았고, 서로 위로해줄 수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가족이기에 편하고, 가족이기에 감정도 더 가까이 닿는다. 김희정은 그것이 모녀가 함께 대회에 나설 때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했다.
우승 뒤에는 축하가 이어졌다. 그중에는 “딸과 함께 우승한 모습이 너무 부럽다”는 말이 많았다. 김희정에게도 이번 우승의 가장 큰 의미는 딸과 함께 이뤘다는 데 있었다.
모녀는 벌써 다음 대회를 정했다. 다음 주 열리는 서산 대회다. 당초 개나리부에 신청했지만, 이제 국화가 된 만큼 출전 부서를 바꿔 다시 함께 나설 예정이다.
“국화 되고 첫 대회니 같이 나가서 또 하나의 의미를 만들고 싶어요.”
올해까지만 함께하기로 했던 모녀에게, 서산의 국화부 대회는 또 하나의 테니스 추억이 될게다.
모녀가 함께 뛰어 우승을 확정한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다.
“기뻐하는 딸 얼굴밖에 안 보였어요.”
스무 해 테니스를 치고 국화가 된 순간, 엄마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딸의 얼굴이었다. 모녀가 함께 국화가 되고, 함께 울었던 그날. 엄마의 마음에는 기뻐하는 딸의 얼굴이 남았다.
 |
| 충남한마음대회 개나리부 입상자들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