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데이비스컵 유치를 향한 강릉의 의지가 코트 위에서 하나의 ‘집단적 움직임’으로 드러났다. 4월 25일 강릉 테니스 코트 및 인근 코트에서 열린 ‘2026 데이비스컵 강릉 유치 기원 동호인 테니스 대회’는 단순한 생활체육 대회를 넘어, 강릉시 테니스협회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성과 목표를 분명히 보여준 현장이었다.
이번 대회는 일반부(은배·동배)와 여성부(여성연합)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약 300여 명의 동호인이 참가했다. 표면적으로는 클럽 간 경쟁의 장이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선수들과 관계자, 그리고 지역 인사들까지 하나로 묶은 키워드는 단 하나, ‘유치’였다.
“강릉을 세계 테니스 중심 도시로”
개회식에서 강릉시 테니스협회 최성두 회장은 유치의 당위성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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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 테니스협회장 최성두 |
“5월 중 대한테니스협회에서 개최 후보지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6월 중 최종 개최지가 결정됩니다. 우리 강릉이 데이비스컵을 유치하게 되면 강릉의 발전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테니스 중심 도시로 도약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함께하신 여러분들께서 희망과 꿈을 갖고 데이비스컵 유치 의지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힘찬 함성과 의지가 대한테니스협회와 ITF에 전달될 것입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강릉이 바라보는 미래를 집약한 메시지였다.
“데이비스컵은 시작… 목표는 ATP500”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이자 강릉시 테니스협회 자문위원장인 최기순 부회장은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번 유치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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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 및 강릉시 테니스협회 자문위원장 최기순 |
“최근 ATP 대회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ATP250 대회는 약 300억 원, ATP500 대회는 약 500억 원 수준에서 거래되며 산업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 테니스의 흐름을 짚었다.
“우리나라는 데이비스컵에서 랭킹이 훨씬 높은 아르헨티나를 꺾고 예선 2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오는 9월 인도와의 예선 2라운드가 국내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우리는 그 데이비스컵을 이곳 강릉에서 열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강릉을 비롯 서울 올림픽공원, 부산 기장 실내체육관, 인천 열우물 코트까지 4개 도시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강릉은 아이스하키장을 테니스 경기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미 강원특별자치도에서 허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대한테니스협회가 데이비스컵 대회 장소 선정시 단순히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넘어 지역에서도 테니스의 미래를 준비하고 발전 시킬 수 있는 대의적인 안목으로 범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주길 기대합니다”
단순한 유치 경쟁이 아닌, 국제 대회를 끌어올 수 있는 준비 상태를 강조한 대목으로, 강릉의 시선이 데이비스컵에 머물지 않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이번 데이비스컵을 시작으로, 우리의 목표인 ATP500 대회 유치를 위한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프라는 이미 ‘현재 진행형’
강릉의 움직임은 계획에 그치지 않는다. 강릉시 체육회 권영만 회장은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 상황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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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 체육회장 권영만 |
“강릉 테니스장에 에어돔 3면과 강남 지역 실외 코트 6면을 추진 중이며, 거의 확정 단계에 있습니다. 강릉시 테니스협회가 데이비스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체육회는 그 뜻을 높이 사고 있으며, 앞으로도 테니스 코트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강릉시 테니스협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강릉 아레나(피겨 스케이트장, 1만 2천석), 하키 경기장(8천8백석),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8천석)을 실내 테니스 코트로 전환하는 장기 구상을 몇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TP500대회 유치를 위한 전국 최강 클럽 대항전인 ‘강릉챔피언스 테니스대회‘를 1박 2일로 개최했고,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올해 2회 대회가 10월 중 열릴 계획으로 준비중이다. 아울러 몇 년간 전북 완주에서 열렸던 디비젼리그 파이널 대회도 강릉에서 유치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시설 확충이 아니라, 국제 대회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 구조 자체의 변화다. 참고로 위 3곳(피겨, 하키, 스피드 스케이트장)이 실내 테니스코트로 전환된다면 아시아 최고의 실내 테니스 코트 규모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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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 코트 건너편으로 강릉 아레나(좌)와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우)이 보이고 있다 |
ATP500대회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기순 협회 자문위원장은 “올림픽을 개최했던 강원도는 이미 그 인프라를 모두 충족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유산들을 어떻게 활용하여 가치를 높이는가?’라는 현실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위 3곳(피겨, 하키,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을 실내 테니스코트로 전환할수만 있다면 ATP500대회도 충분히 개최할 수 있는 저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강릉입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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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담회에서 강릉의 테니스 발전을 위해 논의하고 있는 내외빈들 |
‘함께 만든 개회식’, 하나의 메시지
이날 개회식은 기존 대회와는 결이 달랐다. 주최 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형식이 아닌,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동의 장’이었다. 데이비스컵 유치를 염원하는 피켓이 배포됐고, 가수 김수철의 ‘젊은 그대’가 울려 퍼지자 현장은 하나의 응원 무대로 변했다. 참가자들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유치 의지를 공유했고, 그 장면 자체가 하나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라켓을 비롯 약 100여점의 경품 추첨 이벤트 역시 단순한 흥행 요소를 넘어, 이 흐름을 더욱 결속시키는 장치로 작용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진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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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회식에 참석한 동호인들이 데이비스컵 & ATP500대회 유치를 위한 염원으로 피켓을 흔들고 있다 |
강릉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명확하다. 데이비스컵 유치를 출발점으로, ATP500 대회까지 이어지는 국제 테니스 허브 구축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대회 개최가 아니다. 지역 경제, 스포츠 인프라, 그리고 대한민국 테니스의 위상까지 연결된 구조적 변화다.
물론, 테니스 발전의 방향을 두고는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시설이 먼저인가, 성적과 참여가 먼저인가. 그러나 이날 강릉이 보여준 장면은 하나의 답에 가까웠다.
결국 변화를 만드는 것은 조건이 아니라 의지다.
강릉의 도전은 아직 결과로 증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이미 미래를 위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은, 강릉을 넘어 한국 테니스 전체를 움직이기에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