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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우가 2라운드에서 토미 폴에게 아쉽게 패하며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
우리나라 대표 테니스 선수인 권순우(28세, 200위)가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3번 코트에서 우리 시각 1일 밤 7시에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2회전에서 21번 시드 토미 폴(미국·29세, 25위)에게 세트 스코어 0-3(3-6, 6-7(4-7), 2-6)으로 패하며 아쉽게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그러나...세트스코어는 0-3 완패였지만 경기 내용은 단순한 완패로만 볼 수는 없다. 특히 두 번째 세트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요소는 분명했다. 서브의 질(Quality)이었다.
권순우와 토미 폴의 첫 서브 성공률은 각각 64%와 66%. 수치만 보면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첫 서브 성공률이 비슷하면 서비스 게임의 안정감도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는 전혀 달랐다. 토미 폴은 첫 서브를 넣은 이후 공격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최고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강한 서브와 정확한 코스 공략으로 에이스를 무려 19개 기록했다. 권순우는 6개에 그쳤다. 한 경기에서 13개의 에이스 차이는 그 자체로 경기 흐름을 좌우할 만큼 큰 격차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안정성이었다. 폴은 강한 서브를 구사하면서도 더블폴트는 단 1개만 기록했다. 반면 권순우는 5개의 더블폴트를 범했다. 공격적인 서브를 넣으면서도 실수를 최소화한 폴과, 중요한 순간마다 서비스 리듬이 흔들린 권순우의 차이가 그대로 숫자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리턴 게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권순우는 경기 내내 단 한 차례의 브레이크포인트만 얻었고 이를 성공시키며 10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회 자체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반면 폴은 모두 7번의 브레이크 기회를 만들며 그 3차례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좋은 서브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상대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리턴 게임까지 유리하게 만든다는 점을 이번 경기가 잘 보여줬다.
공격력 역시 서브에서 시작됐다.
폴은 위너 40개를 기록하며 권순우(19개)를 두 배 이상 앞섰다. 강한 첫 서브로 짧은 랠리를 만들었고, 서브 다음 공격(Serve +1)에서 대부분 주도권을 잡았다. 좋은 서브에 이은 3구 위너가 가장 큰 폴의 경기 운영 방식이었다. 반대로 권순우는 리턴부터 수세에 몰리면서 자신의 공격 패턴을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언포스드 에러는 권순우가 27개, 폴이 23개였다. 실수 개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이미 서브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나온 실수였기에 체감되는 부담은 훨씬 컸다. 전체 획득 포인트 역시 폴이 102-82로 크게 앞섰다.
특히 승부처였던 2세트가 아쉬웠다. 권순우는 안정적인 스트로크와 끈질긴 수비로 타이브레이크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랠리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타이브레이크에서 다시 한 번 폴의 서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반면 권순우는 한 포인트가 한 게임과도 같은 타이브레이크에서 두 개의 더블 폴트를 기록했다. 가장 뼈 아픈 대목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서비스로 손쉽게 포인트를 가져가며 세트를 가져간 폴과 중요한 순간에 더블 폴트를 범한 권순우, 경기의 흐름이 폴에게 우세함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번 경기는 현대 남자 테니스에서 서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였다. 권순우는 예선을 통과해 본선 1회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세계 랭킹 25위와의 스트로크 대결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특히 롱 랠리에서 대부분 승리를 거뒀고, 종종 터진 백핸드 다운더라인은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선수와의 차이는 랠리가 아니라 서비스 게임의 완성도에서 드러났다. 첫 서브 성공률은 비슷했지만, 에이스는 6-19, 더블폴트는 5-1. 같은 첫 서브 성공률 속에서도 만들어낸 결과는 전혀 달랐다.
권순우가 보여준 가능성과 채워야 할 퍼즐은?
결국 문제는 서브였다. 윔블던의 빠른 잔디 코트에서 토미 폴은 서브를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용했고, 권순우는 그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다만 예선 통과와 본선 1승을 통해 회복세를 확인했다는 점은 남은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긍정적인 수확이었다.
물론 이번 패배가 권순우의 가능성을 깎아내리는 결과는 아니다. 부상과 군 복무로 한동안 투어를 떠나 있었던 그는 이번 윔블던에서 예선을 통과한 데 이어 본선 1회전 승리까지 거두며 경쟁력을 다시 증명했다. 특히 세계 랭킹 25위 토미 폴을 상대로 랠리에서는 충분히 맞설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의미 있는 수확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승부를 가르는 ‘서비스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서브의 위력과 안정성만 한 단계 더 보완된다면, 한때 세계 랭킹 52위까지 올랐던 권순우가 다시 ATP 투어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윔블던은 패배보다도 ‘돌아온 권순우’와 앞으로 채워야 할 마지막 퍼즐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대회로 기억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