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가 남자의 3배
    • 2010년 이후 남자에 비해 여자 선수의 그랜드슬램 우승자가 3배나 많다
      2010년 이후 남자에 비해 여자 선수의 그랜드슬램 우승자가 3배나 많다
      오픈 시대(Open Era)가 시작된 1968년 이후 그랜드슬램 역사는 남녀 단식이 전혀 다른 흐름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 10여 년을 살펴보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남자 테니스는 소수의 절대 강자가 시대를 지배한 반면, 여자 테니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챔피언을 배출하며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가장 상징적인 수치는 2010년 이후 그랜드슬램 우승자 수다. 여자 단식에서는 무려 30명의 서로 다른 선수가 메이저 정상에 오른 반면, 남자 단식에서는 단 11명만이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들어 올렸다. 같은 기간임에도 거의 세 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는 여자 투어의 치열한 경쟁과 세대교체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오픈 시대 전체를 놓고 봐도 비슷한 흐름이다. 1968년 이후 여자 단식에서는 63명의 서로 다른 챔피언이 탄생했고, 남자는 59명이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최근 15년 동안은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여자 투어에서는 새로운 얼굴이 계속 등장한 반면 남자는 기존 강자들이 오랫동안 정상을 지켰다.

      빅3가 만든 남자 테니스의 황금시대

      남자 단식의 독주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이름에서 시작된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 앤디 머레이. 이른바 ‘빅4’는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메이저 대회를 사실상 독점했다. 이 네 명의 선수는 기술과 체력, 정신력까지 모두 최고 수준을 유지하며 후배들의 우승 기회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 세대의 수많은 정상급 선수들이 메이저 우승 없이 선수 생활을 마감하거나 단 한 번의 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에는 야닉 시너와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또 다른 양강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남자 테니스는 시대는 바뀌어도 ‘소수 최강자의 지배’라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자 투어는 왜 챔피언이 계속 바뀔까

      반대로 여자 단식은 훨씬 다양한 우승자가 탄생했다. 세레나 윌리엄스가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시대 이후 애슐리 바티, 이가 시비옹테크, 아리나 사발렌카, 코코 고프, 엘레나 리바키나,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등 새로운 메이저 챔피언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신예들이 메이저 정상에 오르며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여자 투어는 상위권 선수들의 경기력이 매우 근접해 있으며, 경기 스타일도 공격형과 수비형, 올라운드형 등 다양하다. 여기에 부상과 출산, 세대교체가 맞물리면서 세계 랭킹과 메이저 우승자의 변화가 남자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

      반면 남자 투어는 메이저 5세트 경기에서 체력과 경험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최고 선수들의 우위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다양성은 여자, 지속성은 남자

      그랜드슬램은 단순히 우승자를 가리는 무대가 아니다. 종목의 경쟁 구조와 시대의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여자 테니스는 새로운 챔피언이 계속 등장하며 팬들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반면 남자 테니스는 절대 강자의 시대가 이어지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라이벌과 왕조를 만들어 왔다.

      같은 그랜드슬램이지만 남녀 투어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여자는 다양성이 경쟁력을 만들고, 남자는 지속성이 전설을 만든다. 바로 이것이 지난 15년간 그랜드슬램이 우리에게 보여준 가장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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