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상하이마스터스 투어기 2> “굳이 외국까지 가서 테니스 쳐야 해?”
    • 상하이 푸동 공항에서 우리 투어팀은 한 팀이 됐다
      출발은 각자 였으나 한 곳에 모이니 한 팀이 됐다. 상하이 푸동 공항에서
        상하이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한국에서는 이미 오전 11시지만, 이곳의 시계는 한 시간 뒤에 있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우리에게는 여행할 시간을 한 시간 더 선물받은 기분이었다.

      부산에서 출발한 팀은 조금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과 부산, 출발지는 달랐지만 이제부터 목적지는 같다. 상하이에서 테니스를 마음껏 즐기는 것.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리의 3박 4일이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가 아침 일찍 출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날부터 하루를 꽉 채워 쓰고 싶어서다. 오후 비행기를 타면 상하이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저녁을 먹는 사이 하루가 지나간다. 여행 가방을 열자마자 첫날을 마감하기에는, 상하이에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수고를 하면 점심도 함께 먹고, 테니스도 치고, 경기장에도 갈 수 있다. 출발할 때는 눈꺼풀이 무거워도 도착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일정이다.

      하지만 첫 만남에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함이 따라온다. 같은 테니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아직 이름도 사는 곳도 모른다. 이 어색함을 얼마나 빨리 걷어내느냐에 따라 여행의 재미도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항공권과 경기 티켓, 숙소, 식당, 교통편을 예약하면 비용을 줄일 수는 있다. 대신 그 모든 것을 알아보고, 예약하고, 현장에서 생기는 일까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여행을 즐기는 틈틈이 여행사 직원 역할도 해야 하는 셈이다.

      함께 떠나는 투어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전국의 테니스 동호인들을 만나 친구가 되는 일이다. 사흘 전까지 이름도 모르던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복식 파트너가 되고,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를 보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다 보면 다음에는 서로의 동네 코트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생긴다.

      내 테니스 세상이 우리 동네에서 전국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여행이 끝나도 남는 이런 인연은 비용표의 어느 칸에도 적을 수 없는 자산이다.

      그 첫 번째 순서가 점심 식사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리 입맛에 맞춰진 10가지의 요리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리 입맛에 맞춰진 10가지의 요리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열 가지 메뉴가 식탁에 올랐다. 일찍 출발하느라 허기진 배를 채우고, 이제는 서로를 알아갈 차례였다. 어디에서 왔는지, 구력은 얼마나 되는지 한 사람씩 소개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낯선 얼굴이었지만, 사는 곳과 테니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씩 가까워졌다. 전국에서 모인 32명이 하나의 투어단이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다음 일정은 테니스였다.

      “굳이 외국까지 가서 테니스를 쳐야 해?”

      누군가는 그렇게 물을 수 있다. 그런데 테니스인들에게는 그 ‘굳이’가 꽤 중요하다. 늘 치던 테니스도 낯선 도시의 코트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과 치면 다른 기억이 된다. 라켓을 챙겨올 때는 짐이 하나 늘지만, 돌아갈 때는 이야깃거리가 한 아름 늘어난다.

      이날 찾아간 코트는 2층 건물 안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보니 1층에는 공장이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여기에 테니스 코트가 있다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물음표는 금세 느낌표로 바뀌었다. 실내 테니스 코트 네 면에 배드민턴과 피클볼 시설, 용품점, 볼 머신을 활용한 테니스 연습장까지 있었다. 건물 밖에서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알찬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실력을 고려해 청백전으로 팀을 나눴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자 진행자의 할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참가자들이 알아서 순서를 맞추고, 파트너를 바꾸며 경기를 이어갔다.

      역시 테니스인들은 공 하나면 된다.
      공항에서는 조심스럽게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이 코트에서는 금세 가까워졌다. 좋은 샷에는 박수를 보내고, 아쉬운 실수에는 함께 웃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이 오가는 동안, 아침의 어색함도 어디론가 날아갔다.

      이번 1차 투어에는 10여 개 지역에서 모두 32명이 모였다.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북부 지역이 약 3분의 1, 부산을 비롯한 경상권이 약 3분의 2였다. 출발지는 달라도 테니스를 좋아하는 마음에는 지역 구분이 없었다.

      이번 투어를 준비하면서 1차와 2차는 각각 30명 안팎, 3차는 10명 정도를 목표로 삼았다. 테니스 대회에 코트 수에 맞는 적정 참가 규모가 있듯, 여행에도 함께 움직이기 좋은 인원이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면 전체를 살피기 어렵고, 서로 친해질 기회도 줄어든다. 경험상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끼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왕 함께 떠났으니, 돌아갈 때는 아는 얼굴이 조금이라도 더 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 사람당 두세 경기씩 치르고 간단히 샤워를 마쳤다. 이제 우리가 공을 칠 차례는 끝났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치는 공을 보러 갈 시간이었다.

      버스는 치중 경기장으로 향했다. 상하이에 도착한 첫날, 함께 식사하고 테니스까지 친 뒤 마스터스 경기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하루가 이렇게 알차도 되나 싶었다.

      보통 둘째 날과 셋째 날 오후에 경기 관전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첫날부터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아침에는 서로 낯설었던 사람들이 어느새 함께 경기를 볼 테니스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제 라켓은 가방에 넣고, 설렘을 꺼낼 차례였다.

      상하이에서의 첫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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