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수에게 진정한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
| 로저 페더러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
로저 페더러가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코치가 선수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2022년 현역에서 은퇴한 페더러는 최근 테니스 명예의 전당 입성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코치로 활동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페더러는 당장 프로 선수의 전임 코치를 맡을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순히 기술적인 조언 몇 마디를 해주는 것과 한 선수의 경기력과 선수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페더러는 코치가 선수에게 제대로 된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강조했다.
“한 선수에게 진정으로 영향을 미치려면 적어도 20~25주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년이 약 52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페더러가 말한 20~25주는 사실상 한 시즌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다. 코치가 선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몇 개 대회에 동행하는 정도가 아니라 장기간 훈련과 대회를 함께하며 선수를 관찰해야 한다는 의미다.
프로테니스에서 코치의 역할은 기술 지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훈련 프로그램과 경기 전략은 물론 상대 선수 분석, 경기 중 발생하는 문제점 수정, 체력 관리와 시즌 일정까지 선수의 경기력 전반에 관여한다. 무엇보다 선수의 장단점과 경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습관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페더러 역시 이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조언을 해주는 ‘컨설턴트’와 선수의 경기력을 책임지는 전임 코치는 다른 역할이라는 것이다.
페더러는 자신이 코치가 됐던 전직 선수들의 길을 당장 따라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페더러는 “지금은 코치가 될 생각이 없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라며 “아이들이 제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고, 나에게도 여러 프로젝트가 있다. 아내와의 생활도 좋고 지금 그것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를 돌며 진행되는 ATP 투어에서 20~25주를 선수와 함께 보내야 한다면 사실상 다시 현역 선수 시절과 비슷한 투어 생활을 해야 한다. 네 자녀를 둔 페더러가 지금 선택하고 있는 생활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페더러가 테니스 지도자 역할 자체에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그는 레이버컵에서 유럽팀 주장을 맡는 것에 대해서는 “미래에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임 코치와 달리 레이버컵 주장은 특정 선수와 한 시즌을 함께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자신의 경험과 전략을 선수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리다.
페더러의 이번 발언은 정상급 선수의 코치가 갖는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두 번의 훈련이나 몇 주간의 조언만으로 선수를 바꾸기는 어렵다. 선수의 경기 스타일과 성격을 이해하고, 훈련에서 변화를 만들고, 그것이 실제 경기에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현역 시절 20차례 그랜드슬램 정상에 올랐던 페더러가 바라보는 ‘좋은 코치’의 조건도 결국 여기에 있다.
선수에게 진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최소 20~25주.
페더러가 생각하는 코칭은 단순히 옆에서 조언하는 일이 아니라 한 선수의 시즌 상당 부분을 함께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다. 그가 아직 전임 코치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가장 분명한 이유로, 한 선수를 지도하는 코치에 대해 결코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