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상하이마스터스 투어기6> 롤렉스의 시간, 화장실의 시간… 그리고 멈춰버린 경기

    • 상하이 마스터스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롤렉스가 보인다. 코트 펜스에도, 경기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에도 롤렉스의 이름이 선명하다.

      치중 경기장 센터 코트 옆에는 롤렉스 단독 부스도 있다. 관중들은 호기심에 들어가 전시된 시계를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묻는다. 여자들은 보석, 남자들은 시계에 관심이 많다지만, 한동안 지켜보니 이곳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부스를 드나드는 사람의 절반쯤은 여성이다.
      테니스를 보러 왔다가 시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 코트에서는 선수들이 시간을 다투고, 부스에서는 관중들이 손목 위의 시간을 구경한다.
      약 1만 5천 석 규모의 센터 코트는 크고 웅장하다. 스폰서와 VIP를 위한 공간, 여러 사람이 함께 경기를 즐기는 박스석, 위층까지 빼곡하게 이어진 관중석. 같은 경기를 보지만 앉는 위치에 따라 티켓값은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이 화려한 경기장에서 뜻밖의 시간여행을 하는 곳이 있다.
      화장실이다.
      치중경기장 센터코트 남자 화장실 소변기 조금 많이 낯설다
      치중경기장 센터코트 남자 화장실 소변기, 조금 많이 낯설다
      센터 코트 남자 화장실에는 개별 소변기 대신 벽을 따라 길게 이어진 금속판이 있다. 그 앞에 서서 볼일을 보면 흐르는 물이 씻어내는 구조다.

      순간 초등학교 시절 화장실이 떠올랐다. 벽을 향해 나란히 서던 그 시절. 당시에는 콘크리트였고, 이곳은 금속판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소변을 보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공간은 없다. 완전 오픈이다. 장점은 있다. 개별적인 소변기보다 일단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변기다 상하이 관광하다 보면 많은 곳이 이런 대변기 구조다
      대변기다. 상하이 관광하다 보면 많은 곳이 이런 대변기 구조다. 
      대변기 역시 내가 들어간 칸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방식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허리나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에겐 잠시 생각이 많아지는 풍경이다.

      밖에서는 롤렉스를 구경하다가, 안에서는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손목 위의 시간은 첨단을 달리는데 화장실의 시간은 수십 년 전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물론 내가 본 화장실이 경기장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센터 코트 바로 옆 3번 코트는 개별 소변기다. 그래도 그 대비만큼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이곳에는 관중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 또 다른 시간이 있다.

      너무 일찍 멈춰버리는 경기 시간이다. 어제 단식 16강에서는 캐스퍼 루드와 펠릭스 오제알리아심의 경기가 1세트 도중 끝났다. 알리아심의 부상으로 루드가 기권승을 거뒀다.

      오늘 8강 첫 단식도 그랬다. 알레한드로 다비도비치 포키나와 아르튀르 게아의 경기가 게아의 부상으로 1세트 도중 멈췄다.  오늘 첫 경기인 복식이 끝나고 한 시간여 기다린 게임이 4-1, 30분이 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상하이마스터스 2차 투어단이 화요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상하이로 왔다
      상하이마스터스 2차 투어단이 화요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상하이로 왔다
      큰맘 먹고 티켓을 산 관중으로서는 속에서 한마디가 안 올라올 수 없다.

      “이눔들아… 여기 티켓값이 얼만디, 쪼끔 뛰다가 기권하면 어떡하냐….”

      물론 입 밖으로 크게 내뱉을 말은 아니다. 선수라고 그러고 싶었겠는가. 투어 선수에게 부상은 오늘의 한 경기뿐 아니라 다음 대회와 남은 시즌까지 흔들 수 있는 일이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그런데 아쉬운 마음까지 곧바로 정리되지는 않는다. 멀리서 찾아와 오래 기다린 경기가 한 세트도 채우지 못하고 끝났으니. 참고로 상하이 마스터스 8강 상금은 약 2억 6천만 원, 4강 상금은 약 4억 6천만 원으로 한 매치당 2억 여원의 상금 차이가 난다. 
      롤렉스가 새겨진 백 펜스 앞에서 즈베레프가 연습하고 있다
      롤렉스가 새겨진 백 펜스 앞에서 즈베레프가 연습하고 있다
      오늘 나이트 세션에는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알렉스 드 미노의 경기가 예정돼 있다. 이제 1시간이 조금 안 남은 시간, 잠시 후 6시면 선수가 등장하고, 경기가 시작될게다.  누가 이겨도 좋다. 두 선수가 건강하게, 준비해 온 테니스를 끝까지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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