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 만에 사라진 ‘빅3’…조코비치 US오픈 첫판 탈락이 남긴 것과 그의 미래
    • 나보네에 2-3 역전패…20년 만의 그랜드슬램 1회전 패배

    • 페더러·나달·조코비치 없는 그랜드슬램 2회전, 2003 롤랑가로스 이후 처음

      노박 조코비치가 US오픈 1라운드 탈락했다
      노박 조코비치가 US오픈 1라운드 탈락했다
      20년 넘게 세계 남자 테니스를 지배했던 ‘빅3’의 흔적이 마침내 그랜드슬램 2회전 대진표에서도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현역 무대를 지키고 있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39세, 5위)가 2026 US오픈 첫 경기에서 탈락하면서다. 조코비치는 US오픈 직전 열린 신시네티 마스터스에서도 첫 판 탈락했었다.

      조코비치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마리아노 나보네(아르헨티나, 25세, 49위)에게 세트 스코어 2-3(6-7(5), 7-5, 6-4, 2-6, 1-6)으로 패했다. 4시간36분에 걸친 풀세트 승부였다.

      이 패배는 단순한 1회전 이변으로만 보기 어려운 결과로 보여진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조코비치 가운데 누구도 그랜드슬램 2회전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003년 롤랑가로스 이후 23년 만이다.

      23년 전 상황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2003년 롤랑가로스에서 페더러는 루이스 오르나(페루)에게 패해 1회전에서 탈락했다. 당시 나달은 아직 롤랑가로스에 데뷔하기 전이었고, 조코비치 역시 그랜드슬램 성인 본선에 등장하기 전이었다. 

      그 사이 페더러는 2003년 윔블던을 시작으로 그랜드슬램 우승 행진을 시작했고, 뒤이어 나달과 조코비치가 등장하면서 남자 테니스는 전례 없는 ‘빅3 시대’로 접어들었다.

      페더러 20회, 나달 22회, 조코비치 24회.

      세 사람이 차지한 그랜드슬램 단식 우승은 모두 66회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남자 테니스의 역사는 상당 부분 이 세 선수의 경쟁으로 설명될 정도였다. 여기에 앤디 머레이까지 포함하면 이 기간 동안 그랜드슬램 결승에 4명의 선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승은 총 8회(9.6%)로  90%는 빅4 중 최소 한 명은 결승에 등장했다.

      페더러가 2022년 은퇴하고 나달도 코트를 떠난 뒤 빅3 가운데 현역으로 남은 선수는 조코비치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US오픈에서 그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마지막 보루였던 조코비치

      39세가 된 조코비치는 통산 25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뉴욕에서도 이미 네 차례 우승한 경험이 있었고, 최근 그랜드슬램 독식에 나선 시너는 불참, 알카라스는 오랜 부상에서 돌아온 첫 대회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우승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가장 최근의 그랜드슬램 우승 역시 2023년 US오픈이었고, US오픈 통산 전적은 대회 전까지 95승15패였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상대 나보네는 하드코트보다는 클레이코트에서 강점을 보여온 선수였다. 경기 전까지 투어 레벨 하드코트 통산 승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5세트 경기에서는 4전 전패였다.

      반대로 조코비치는 5세트 경기에서 42승12패를 기록한 선수였다. 숫자만 놓고 보면 조코비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승부였다.

      테니스보다 먼저 무너진 몸

      경기 역시 한때 조코비치 쪽으로 기울었다. 1세트를 내준 뒤 2, 3세트를 연이어 따냈고 4세트에서도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세트 스코어 2-1에 게임 스코어까지 앞섰다.

      하지만 이날 조코비치에게 가장 큰 상대는 네트 건너편의 나보네만이 아니었다. 경기 초반부터 움직임이 둔했고 경기 도중 여러 차례 구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련과 허리, 어깨 통증까지 겹쳤다. 결국 4세트부터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자신의 상태에 대해 "올해 여러 경기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몸 전체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4세트에서 브레이크 우위를 잡고도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해 "몸이 버텨주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도중 기권도 생각했지만 이미 세트를 따낸 뒤였기 때문에 끝까지 경기를 마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보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4세트를 6-2로 가져간 데 이어 마지막 세트를 6-1로 마무리했고, 조코비치는 결국 자신의 US오픈 출전 역사상 처음으로 1회전에서 짐을 쌌다.

      ‘그랜드슬램 첫판 탈락’도 20년 만

      조코비치 개인에게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결과다. 조코비치가 그랜드슬램 1회전에서 패한 것은 2006년 호주오픈 이후 처음이다. 무려 20년 동안 이어온 그랜드슬램 첫 경기 승리 기록이 멈췄다. 그가 그랜드슬램 1회전에서 패한 것은 2005년과 2006년 호주오픈에 이어 이번이 통산 세 번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대와의 경험 차이다. 조코비치는 이번 경기 전까지 US오픈에서만 95승을 거두고 그랜드슬램 정상에 24차례 올랐다. 반면 나보네가 그랜드슬램에서 치른 경기는 고작 16경기였다. 조코비치의 그랜드슬램 우승 횟수가 나보네의 그랜드슬램 출전 경기 수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테니스의 승부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그날 코트 위에서 결정됐다.

      2003→2026, 하나의 시대가 이어진 시간

      이번 조코비치의 패배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어쩌면 ‘1회전’이 아니라 23년이다. 2003년 롤랑가로스 이후 그랜드슬램 대회가 열릴 때마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은 2회전에 있었다. 누군가 부상으로 빠지면 다른 선수가 남았고, 한 명이 조기에 탈락해도 다른 선수가 대회 후반까지 살아남았다.

      그렇게 세 선수의 이름이 그랜드슬램 대진표에서 동시에 사라지지 않는 시간이 20년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2026년 뉴욕에서 그 기록이 끝났다.

      조코비치는 올해 4개의 그랜드슬램과 3개의 마스터스 시리즈에 출전하며 총 7개의 대회에 출전했다. 호주오픈 결승, 프랑스오픈 3라운드, 윔블던 4강에 올랐고 US오픈 1회전 탈락이다. 마스터스에서는 인디언웰스에서 4라운드, 그리고 로마와 신시내티에서는 첫 판인 2라운드 탈락이었다. 지난해인 2025년에 그는 모든 그랜드슬램에서 4강에 올랐었다. 

      10년만에 다시 톱 10에서 밀려난 조코비치

      랭킹 5위로 4번 시드를 받아 출전한 US 오픈 1라운드에서 패한 그는 이제 라이브 랭킹 11위를 기록하며 톱 10에서 밀려났다. 부상과 목표의 부재에 시달렸던 2017년 11월 랭킹 12위로 떨어진 이후 10년만이다. 

      페더러와 나달은 이미 은퇴했다. 조코비치는 아직 현역이다. 따라서 US 오픈 1라운드 탈락과 톱 10에서 벗어난 이 일이 곧바로 ‘빅3의 공식적인 종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페더러·나달·조코비치 가운데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그랜드슬램 2회전이 23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조코비치의 US오픈 1회전 탈락은 한 명의 슈퍼스타가 당한 이변 이상의 의미를 남기게 됐다. 2003년 시작된 남자 테니스의 거대한 한 시대가 2026년 뉴욕에서 또 하나의 마침표를 찍었다.

      2027 호주오픈, 그의 테니스를 판가름할 수도

      올해 남은 시즌에 그가 방어해야 할 포인트는 650점으로 상하이 마스터스 400점과 아테네 250점이다. 때문에 올해 그는 톱10 밖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내년 첫 그랜드슬램인 호주오픈에서 올해 준우승 포인트를 지켜내지 못하고 큰 손실을 입는다면 그의 2027년은 고난의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2027년 호주오픈이 그의 테니스 삶을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2027 더 테니스 호주오픈 투어단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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