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 경쟁이 가장 강한 선수들만 남은 ‘별들의 전쟁’으로 압축됐다.
1번 시드 아리나 사발렌카와 2번 시드 엘레나 리바키나, 3번 시드 제시카 페굴라, 4번 시드 코코 고프가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했다. 여자 단식 상위 4개 시드가 모두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른 것은 2009년 윔블던 이후 17년 만이다.
US오픈만 놓고 보면 더욱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 대회 여자 단식에서 1∼4번 시드가 준결승을 모두 채운 것은 1975년 이후 51년 만이다. 당시 4강은 크리스 에버트, 버지니아 웨이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이본 굴라공 등 여자 테니스의 전설들로 구성됐다.
이번 준결승 대진은 사발렌카와 페굴라, 리바키나와 고프의 맞대결로 짜였다.
사발렌카-페굴라, 2024년 결승의 재대결
US오픈 3연패에 도전하는 사발렌카는 준결승에서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페굴라를 만난다.
사발렌카는 8강에서 2026 윔블던 챔피언 린다 노스코바의 거센 도전을 7-6(1), 3-6, 7-6(7)으로 뿌리쳤다. 두 차례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가져오며 큰 경기에서 강한 집중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사발렌카는 2021년부터 6년 연속 US오픈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2024년과 2025년에 이어 3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성공할 경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연패를 달성한 세레나 윌리엄스 이후 처음으로 US오픈 여자 단식 3연패를 이루게 된다.
페굴라는 8강에서 같은 미국의 에마 나바로에게 첫 세트를 내주고도 3-6, 6-4, 6-3으로 역전승했다. 이번 시즌 가장 먼저 50승 고지에 오른 여자 선수가 된 페굴라는 3년 연속 US오픈 준결승 진출에도 성공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사발렌카가 9승4패로 앞서 있다. 그랜드슬램 맞대결에서도 사발렌카가 3전 전승을 기록했다. 특히 2024년 US오픈 결승에서는 사발렌카가 페굴라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흐름만 보면 일방적인 승부를 예상하기 어렵다. 페굴라는 최근 세 차례 맞대결에서 두 번 승리했다. 안정적인 리턴과 빠른 타이밍의 스트로크로 사발렌카의 강한 공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받아내느냐가 승부의 열쇠다.
페굴라는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에 도전한다. 사발렌카로서는 세계 1위 자리를 리바키나에게 넘겨주게 된 아쉬움을 대회 3연패로 씻을 기회다.
‘새로운 세계 1위’ 리바키나, 고프의 벽을 넘어라
또 다른 준결승에서는 리바키나와 고프가 맞붙는다.
리바키나는 8강에서 정친원을 3-6, 6-1, 6-4로 꺾었다. 첫 세트를 내줬지만 두 번째 세트부터 강력한 서브와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앞세워 흐름을 뒤집었다.
이 승리로 리바키나는 대회가 끝난 뒤 발표되는 WTA 랭킹에서 생애 처음 세계 1위에 오르게 됐다. WTA 역사상 30번째 세계 1위이자 카자흐스탄 선수 최초의 단식 세계 1위다.
2022년 윔블던과 2026년 호주오픈 정상에 오른 리바키나는 이제 세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바라본다. US오픈에서는 이번이 생애 첫 준결승이다.
이에 맞서는 고프는 8강에서 미라 안드레예바에게 두 차례 매치포인트를 내주고도 2-6, 7-6(7), 6-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두 번째 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탈락 위기를 넘긴 뒤 마지막 세트를 지배하며 2023년 우승 이후 3년 만에 US오픈 4강으로 돌아왔다.
리바키나와 고프의 상대 전적은 1승1패로 팽팽하다. 리바키나가 강력한 서브와 첫 공격으로 포인트를 짧게 끝내려 한다면, 고프는 뛰어난 수비력과 코트 커버 능력을 앞세워 랠리를 길게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리바키나의 서브와 고프의 리턴, 리바키나의 직선적인 공격과 고프의 끈질긴 수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기다.
여기에 뉴욕 관중의 응원도 변수다. 미국 선수인 페굴라와 고프가 각각 다른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2017년 슬론 스티븐스 이후 9년 만의 미국인 여자 단식 챔피언 탄생 가능성도 열렸다.
여자 단식 준결승은 현지시간 10일 오후 7시부터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한국시간으로는 11일 오전 8시부터다.
이름값만으로도 결승이라 해도 손색없는 두 경기다. 3연패를 노리는 사발렌카, 첫 그랜드슬램 정상에 도전하는 페굴라, 새로운 세계 1위 리바키나, 그리고 뉴욕 왕좌 탈환을 꿈꾸는 고프가 마지막 두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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