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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니어 대회가 열리고 있는 안동시민공원테니스장에 각국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
상하이의 화려한 코트를 떠나 안동의 코트 앞에 섰다.
며칠 전까지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는 상하이 마스터스를 지켜봤다. 이제 눈앞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공을 쫓고 있다. 공의 속도도, 샷의 완성도도, 관중석의 열기도 다르다. 그러나 네트 너머로 공을 보내는 순간만큼은 두 코트의 풍경이 닮아 있었다.
한 포인트를 따내려는 집중력,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끝내 다음 공을 향해 달려가는 발걸음, 상하이의 스타들에게도, 안동의 어린 선수들에게도 눈앞의 한 점은 절실했다.
차이가 있다면 승리 뒤에 쌓이는 것일지 모른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승리와 함께 상금과 명성을 쌓는다. 이곳의 주니어들은 승리와 패배를 거듭하며 실력과 경험을 쌓는다. 아직 상금은 없지만, 그들에게는 앞으로 펼쳐갈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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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국제주니어테니스투어대회 J60 포스터 |
ITF 안동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J60이 열리는 안동시민운동장 테니스코트. 남녀 단식과 복식에 출전한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단식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주니어 세계랭킹 포인트는 60점, 준우승자는 36점이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세계 무대로 향하는 선수들에게는 다음 대회의 문을 여는 소중한 발판이다.
이 대회를 여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6천200만원이다.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상금은 없다. 예산은 심판과 운영 인력, 경기용 공과 물품, 숙박·식비 등 대회를 치르는 데 꼭 필요한 곳에 쓰인다.
그렇다면 상금도 없는 주니어 대회에 이만한 비용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선수들이 이 코트에 서기까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있다.
국제대회 경험과 랭킹 포인트가 필요한 주니어 선수들에게 해외 원정은 피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그러나 항공권을 사고 숙소를 잡는 순간부터 선수와 가족의 부담은 커진다. 코치가 동행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신미란 코치는 그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들이 외국 대회에 한 번 출전하려면 기본 600만~700만원은 지출해야 합니다.”
선수와 코치의 체류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트레이너까지 동행하면 부담은 한층 커진다. 원정 지역과 체류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제무대를 향한 도전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따른다.
국내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면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내 대회 역시 숙식비와 교통비가 들지만, 해외로 이동하지 않고도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험과 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생긴다.
이 차이를 숫자로 가정해 보면 대회의 가치가 더욱 선명해진다.
선수 한 명이 해외 원정 대신 국내 대회에 출전해 500만원을 아낀다고 가정하면, 120명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질 때 절감 규모는 6억원이 된다. 다만 이는 비용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단순 추산이다. 실제 절감액은 국내 선수의 참가 규모와 개별 경비, 해외 원정을 대체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국내 국제대회 하나가 열릴 때마다, 선수들은 비용 부담을 덜고 도전을 이어갈 기회를 얻는다.
부모에게는 원정 경비의 부담을 낮춰주는 대회다. 선수에게는 낯선 언어와 이동의 어려움을 줄이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다. 개최 지역에는 선수와 지도자, 가족들이 머물며 숙박업소와 식당을 찾는 계기가 된다.
안동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안동시테니스협회의 노력으로 마련한 코트 위에서 선수 육성과 지역경제가 함께 움직이는 셈이다. 안동시 테니스협회 손영자 회장은 “코로나 시기에 갑작스레 안동에 국제 대회가 3개나 신설됐어요. 그 예산을 안동시에서 모두 잡아주었죠. 안동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안동 테니스 역시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안동은 이러한 국제대회를 연간 여섯 차례 개최하고 있다. 5월 성인 국제대회인 M15와 W35를 비롯해 6월 J30, 10월 ATF C1과 ITF J60·J100 등 어린 선수부터 성인 선수까지 이어지는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내년에는 성인 국제대회를 두 개 더 늘릴 계획이다.
대회 하나를 치르는 데도 예산을 확보하고, 코트를 정비하고, 심판과 운영 인력을 꾸리는 수고가 필요하다. 그 일을 해마다 거듭한다는 것은 선수들이 설 자리를 꾸준히 지켜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하이에서 보았던 세계적인 선수들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관중이 많지 않은 코트에서 한 점을 따내기 위해 애쓰고, 작은 대회의 승패에 울고 웃던 시간 말이다.
안동의 코트에서는 오늘도 공이 오간다. 누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성장하려면 먼저 뛸 무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6천200만원은 일주일의 대회를 운영하는 예산이다. 그러나 그 예산으로 마련한 무대가 어린 선수들에게 남기는 경험은 일주일로 끝나지 않는다.
안동이 상금 없는 코트에 투자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