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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시 테니스협회 손영자 회장 |
“우리 아이를 국제대회에 한 번 출전시켜 보는 것이 목표인 부모도 있습니다.”
손영자 안동시테니스협회장이 국제 주니어대회 개최에 힘을 쏟는 이유다. 누군가에게는 대회 출전권 한 장에 불과할 수 있지만, 어린 선수와 가족에게는 오랫동안 기다려 온 기회다. 매일 코트에서 흘린 땀을 더 넓은 무대에서 확인하고, 다음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손 회장은 그 기회를 안동에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지역 선수들이 국제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그 경험을 발판 삼아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가 어려움 속에서도 주니어 국제대회를 치르는 이유다.
그러나 대회를 열고 선수를 키우는 일은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손 회장의 이야기에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과 함께, 그 가능성이 꽃필 때까지 기다려 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성적이 나오기까지, 누가 기다려 줄 것인가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보람이 적습니다.”
손 회장의 말은 묵묵히 선수 육성에 매달리는 지도자들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향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도 성적이 곧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그 노력마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테니스 실력은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는다.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고, 패배를 겪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는 시간이 쌓여야 한다. 겉으로는 제자리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성장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일은 선수에게도, 부모에게도 쉽지 않다. 자녀를 위해 쏟는 정성이 클수록 성적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손 회장은 그럴수록 눈앞의 결과만으로 선수와 지도자를 판단하지 않고, 성장의 과정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장에게, 학부모에게 잘하는 지도자보다 지도자 본연의 임무인 선수 육성에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가 대우받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요.”
그가 바라는 지도자의 평가 기준은 분명했다. 주변의 마음을 얻는 일보다 선수를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일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선수 육성에 진심을 다하고, 선수는 그런 지도자를 존중하며 훈련할 때 성장을 위한 신뢰도 쌓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좋은 코트만으로는 선수를 키울 수 없다
“안동처럼 운동하기 좋은 곳이 어디 있습니까.”
안동의 테니스 환경에 대한 손 회장의 자부심은 컸다. 초등학교부터 중·고교와 대학, 안동시청 실업팀까지 선수들이 성장을 이어갈 기반이 있고, 학교에 마련된 실내코트는 날씨에 따른 훈련의 제약을 줄여 준다.
그러나 기반이 갖춰졌다고 선수 육성의 고민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손 회장에 따르면 안동의 남자 선수는 늘었지만, 여자 선수는 전년도보다 다소 줄었다.
“선수가 줄면 왜 줄게 됐는지 냉정하게 파악해 봐야 합니다.”
시설에 대한 자부심과 선수 감소에 대한 문제의식은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왜 테니스를 시작하고, 어떤 어려움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는지 살펴야 한다. 좋은 환경을 갖추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선수들이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코트를 채우고 선수를 성장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지도자의 책임감, 학부모의 믿음, 지역사회의 관심이 함께해야 시설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의 미래를 키우는 후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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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선수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후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을 할때 손 회장의 표정에 고뇌가 묻어난다 |
손 회장은 스포츠 후원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정치 후원에는 관심을 보이면서도 지역의 어린 선수를 키우는 스포츠 후원에는 아직 충분히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 선수 한 명이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매일의 훈련뿐 아니라 대회에 출전해 낯선 상대와 겨루고, 자신의 수준을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선수와 가족, 지도자의 노력만으로 그 모든 과정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손 회장이 요청하는 후원은 아이들이 성장할 시간을 지켜 주는 지원이다.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때까지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힘을 보태 달라는 호소다.
“선배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열심히 뛰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앞장서 나서서 응원하고 지원해줘야 합니다.”
후원 문화에 있어 선배들의 역할, 즉 “나때는 이랬는데~”보다는 본인들이 사랑을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내리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로 읽힌다.
국제대회 개최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대회가 꾸준히 열려야 선수들에게 돌아갈 기회도 이어진다. 한 해 대회를 치르는 것을 넘어, 다음 해에도 아이들을 국제무대로 연결할 수 있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와일드카드 한 장에 담긴 간절함
“와일드카드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 한 번 출전하는 경험은 돈으로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손 회장은 안동 주니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국제대회를 치른다고 했다. 출전을 꿈꾸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에게 와일드카드는 그 문을 열어 주는 소중한 통로가 된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같은 코트에서 경쟁하고, 훈련해 온 기술이 실제 경기에서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하는 경험. 승패를 떠나 어린 선수에게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자녀의 국제대회 출전 자체를 목표로 삼는 부모가 있다는 손 회장의 말에는 그 무대가 얼마나 간절한 기회인지가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익숙한 출전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품어 온 꿈인 셈이다.
손 회장이 바라는 것은 그 기회가 한 선수에게서 멈추지 않는 일이다. 올해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선수가 경험을 쌓고 성장해 이듬해에는 자력으로 출전하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선수가 기회를 얻는 흐름이다.
먼저 문을 통과한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면, 뒤에 선 아이에게도 문이 열리는 것. 손 회장은 그런 성장이 안동에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주니어 육성의 성과는 대회가 끝나는 날 모두 드러나지 않는다. 한 번의 출전이 선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그 경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더 오래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손 회장의 호소는 결국 기다림과 지원으로 모인다. 지도자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믿어 주고, 아이들이 성장할 시간을 지역사회가 함께 지켜 달라는 것이다.
안동에서 국제대회를 계속 열고 싶은 이유도 그 안에 있다. 지금 코트에 서 있는 아이에게 다음 무대를, 그 뒤를 잇는 아이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남겨 주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