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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11월 2일자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29)가 마침내 남자 테니스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세계랭킹 1위라는 성취와 함께 또 다른 질문이 따라붙었다. 왜 그는 야닉 시너(이탈리아, 25세, 2위)나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 23세, 3위)처럼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는가. 왜 조국 독일에서도 성적에 걸맞은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즈베레프는 11월 2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9,550점을 기록, 시너(9,450점)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ATP 랭킹 역사상 30번째 세계 1위이자, 독일 남자 선수로는 보리스 베커 이후 두 번째다. 독일 남자 테니스가 세계 1위를 배출한 것은 1991년 이후 35년 만이다.
즈베레프의 정상 등극의 바탕은 그랜드슬램에서 거둔 성적이다. 즈베레프는 올해 롤랑가로스와 US오픈에서 우승했고, 윔블던에서는 준우승, 호주오픈에서는 준결승에 진출했다.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메이저 우승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고, 한 시즌 두 차례 그랜드슬램 정상에 서며 세계 1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성적표가 바뀌었다고 대중의 감정까지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한 베커는 즈베레프에게 필요한 것으로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태도를 꼽았다. 사적으로 만난 즈베레프는 매력적이고 유머도 있지만, 대중에게는 그런 모습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시너·알카라스와의 차이, 성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논쟁은 테니스 스타의 인기가 우승 횟수나 랭킹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팬들은 승리하는 선수에게 관심을 갖지만, 그 선수가 감정을 표현하고 패배를 받아들이며 관중과 대화하는 모습에서도 응원할 이유를 찾는다.
이런 관점에서 즈베레프의 과제는 실력에 대한 설득보다 인간적인 친밀감을 넓히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베커 역시 즈베레프의 능력을 부정하기보다, 코트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소통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베커는 특히 독일어 인터뷰에서 즈베레프가 무뚝뚝하고 말이 끊기는 듯한 인상을 주며, 기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어 인터뷰에서는 재치와 매력, 자신을 웃음의 소재로 삼는 여유가 더 잘 드러난다고 봤다. 같은 선수라도 어떤 언어와 태도로 대중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독일 팬들과의 거리, 베커가 지목한 것은
베커는 즈베레프의 가족 배경과 러시아어 사용,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 표명 부족도 거론했다. 부모가 러시아 출신이고 경기 중 선수석과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모습 등이 독일 대중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즈베레프는 이 부분에 반발했다. 그는 정치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베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신에게는 분명한 생각이 있지만 그동안 질문받지 않았으며 소셜미디어에 정치적 논평을 올리는 방식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생활 논란 역시 이번 인터뷰에서 다뤄졌다. 베커는 전 여자친구의 폭행 주장과 관련한 사건 이후 대중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해당 형사재판은 2024년 6월 당사자 간 합의와 금전 보조 조건으로 유·무죄 판결 없이 종결됐다.
즈베레프 “팬들이 나를 응원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즈베레프는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평가 자체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베커가 올해 즈베레프의 세 차례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관중들이 대체로 상대 선수를 응원했다고 지적하자, 즈베레프는 롤랑가로스에서는 관중의 약 70%가 자신을 응원했다고 느꼈고, 시너와 맞붙은 윔블던에서는 절반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US오픈에서 미국 선수 벤 셸턴에게 응원이 쏠린 것은 개최국 선수를 향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이번 논쟁에는 서로 다른 시선이 맞서 있다. 베커는 세계 1위가 된 후배에게 더 열린 모습을 요구하고, 즈베레프는 자신이 받는 응원과 자신의 소통 방식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즈베레프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사실은 랭킹으로 증명됐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성취가 팬들에게 어떤 이야기로 전달되느냐다. 독일 팬들이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는 베커의 진단이 맞는다면, 즈베레프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우승만이 아닐 수 있다. 승리 뒤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도 팬들과 가까워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