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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 마녀회가 회장배 겸 20주년 기념 행사를 가졌다3 |
박이 터지자 그 안에서 현수막이 펼쳐졌다.
‘테니스와 20년 마녀, 20년 더 마녀하자.’
지난 11월 4일 광명에 모인 스물아홉 명의 친구들. 1966년 같은 해에 태어나 테니스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지나온 스무 해와 앞으로 함께할 날들이 그 한 문장에 담겨 있었다.
전국의 말띠 여성들이 함께하는 테니스 모임, ‘마녀회’다. 붉은 말의 해에 태어난 그녀들은 올해 회갑을 맞았다. 태어난 해의 육십갑자가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는 동안, 테니스로 맺은 우정도 어느덧 스무 해를 채웠다.
인연의 시작은 2006년이었다. 당시 광명 하안6단지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던 김옥희 회원의 남편에게 레슨을 받던 동갑내기 몇 명이 함께 운동하기 시작했다. 같은 나이라는 반가움에 테니스라는 공통분모가 더해졌다. 이듬해인 2007년 공식적으로 마녀회가 출범했고, 김옥희 회원이 회장과 총무를 맡아 모임의 기틀을 다졌다.
그렇게 코트에서 만난 친구들이 서로의 삶에 들어왔다.
10년 전, 마녀회 10주년 때만 해도 회원 대부분은 전국대회를 누비던 현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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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마녀회 10주년 기념사진 |
여성 동호인 테니스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아, 알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만큼 낯익은 얼굴들이 많았다. 각자의 코트에서 실력을 겨루던 이들이 마녀회에 오면 동갑내기 친구가 됐다.
다시 10년이 흐른 지금, 그녀들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여전히 대회에 출전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건강상의 이유로 운동을 쉬는 친구도 있다. 다른 취미가 생기면서 테니스가 일상의 한쪽으로 물러난 회원도 있다. 한때 삶의 중심에 있던 테니스와의 거리는 저마다 달라졌다.
그런데도 한 달에 한 번, 친구들을 만나러 오는 발걸음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이번 회장배를 겸한 20주년 행사에는 회원 29명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결속력을 보여줬다.
지금도 라켓을 잡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같은 운동을 사랑했고, 스무 해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어온 사이였다. 코트에서 시작된 인연은 이제 코트 밖에서도 서로를 만나게 하는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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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갑을 맞이한 마녀회는 올해 1월 일본을(▲), 4월엔 부안을(▼) 다녀왔다 |
회갑과 모임 20주년을 함께 맞은 올해, 마녀회는 여러 번 추억을 더했다. 1월에는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가고시마를 여행했고, 4월에는 1박 2일 동안 내소사와 채석강이 있는 부안을 다녀왔다. 그리고 단풍이 물든 11월, 모두가 모인 회장배로 뜻깊은 한 해의 기쁨을 나눴다. 마녀회 20주년이자 회갑을 맞이한 2026년은 화려한 1년이 됐다.
송인자 회장이 돌아본 스무 해의 가장 큰 행복은 함께해 온 사람들의 안녕이었다.
“단 한 명도 회원과 관련해서 마음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 자체로 우린 매우 행복한 모임이죠.”
송 회장은 연로한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있었지만, 회원과 그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큰 아픔 없이 함께해 온 시간을 감사하게 여겼다. 세월이 흐를수록 익숙한 얼굴을 다시 마주하고 안부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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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임원진 좌로부터 이용자 총무, 송인자 회장, 박미선 경기이사 |
모임을 지탱해 온 힘도 회원들에게 돌렸다. 시합에 나가는 친구도, 직장에 다니는 친구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 참석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마녀회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불협화음 없이 한결같이 20년을 꾸준히 함께했다는 그 자체”를 꼽았다. 누군가의 수고와 누군가의 배려, 그리고 만나고 싶다는 모두의 마음이 쌓여 만들어진 스무 해라는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한 회장배에도 그 마음이 담겼다.
회장배 축하파티에 이어 테니스 청백전이 열렸고, 점심 식사 뒤에는 오재미 박 터트리기와 제기차기, 테니스공을 바구니에 받는 게임이 이어졌다. 테니스를 쉬고 있는 친구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준비한 순서였다.
이용차 총무는 “운동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모두 함께 참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 게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승부를 겨루던 코트에 초등학교 운동회 같은 웃음이 번졌다. 잘해도 웃고, 마음처럼 되지 않아도 웃었다. 회갑을 맞은 친구들은 함께 뛰고 웃으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두가 힘을 모아 터뜨린 박 속에서, 앞으로의 약속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니스와 20년 마녀, 20년 더 마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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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재미로 박 터트리기 게임을 하고 있는 마녀들 |
다음 스무 해에는 지금보다 라켓을 드는 날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들은 여전히 한 달에 한 번 코트에 모여 안부를 묻고, 함께 여행을 떠나고, 함께 웃고 있을 것이다.
스무 해 전 테니스가 맺어준 친구들. 그녀들은 그렇게, 또 한 번 함께할 20년의 시간을 약속했다.